방송콘텐츠, 철저하게 공공재 관점에서 접근
시, 인큐베이팅 설립통해 인천관점 적극 반영
지상파·유선·위성방송과 특정채널 사용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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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세계 4대 골프 국가대항전으로 꼽히는 ‘프레지던츠컵’ 대회가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지난 10월 인천 송도에서 치러졌다. 대회기간 골프 좀 친다는 전 세계 사람들의 이목이 인천 송도로 집중됐다. 하지만 이런 세계적인 이벤트가 내 땅에서 열리는데도 인천은 관련된 방송콘텐츠 하나 제대로 제작하지 못했다. 이것이 인천의 방송현실이다. 그래서일까. 뜻있는 이들은 방송주권을 외치고, 지상파 TV방송국의 설립 또는 유치를 주장한다. 그런데 그것이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2015년 11월 4일 경인칼럼 ‘KBS 인천지역국이 필요한가?’)

나는 지난번 칼럼에서 ‘인천의 방송’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론으로서 논의의 초점을 플랫폼(platform)에서 콘텐츠(contents)로 옮기자고 제안했다. 지상파방송국을 새로 만들거나 유치하는 데 무리하게 힘을 쏟지 말자는 것이었다. 짚어보았듯이 현실적으로 적지 않은 난관들이 존재한다. 그 장애물들은 인천만의 노력으로 제거하거나 극복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방송콘텐츠를 만들자고 제안한 것이다. 지상파 TV방송국도 없이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가능하다. 생각만 바꾸면 가능한 일이다. 인천시가 방송콘텐츠 인큐베이터(incubator) 역할을 하면 된다.

인큐베이터는 온도와 습도 등 생식과 성장에 필요한 모든 환경조건을 최적 수준으로 조절할 수 있는 공간이다. 요즘에는 주로 창업과 관련해 쓰이는 개념이지만 방송콘텐츠를 제외한 인천의 여타 문화산업부문에서 이미 적용되고 있다. 영화 부문에서는 인천영상위원회가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애니메이션과 웹콘텐츠 부문에서는 인천정보산업진흥원이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콘텐츠는 상업적 지향이 허용되는 영화나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철저하게 공공재(public goods)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방송콘텐츠가 본래 갖게 되는 공익성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인천시가 방송콘텐츠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내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 번째 방법은 순수하게 인큐베이터로만 기능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가칭 ‘인천방송콘텐츠진흥원’과 같은 구체적인 인큐베이팅 조직의 설립을 통해 구현될 수 있다. 이러한 공적 인큐베이팅 조직을 통해 지난번 칼럼에서 강조했던 ‘인천의 관점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방송콘텐츠, 인천의 이익을 합리적으로 주장하는 방송콘텐츠, 인천의 품격을 점진적으로 높이는 세련된 방송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한 전략수립과 재원의 합리적 투입이 가능해진다.

또 하나의 방법은 인큐베이터와 방송사업자의 기능을 함께 하는 것이다. 지상파방송사업자·종합유선방송사업자·위성방송사업자 등과 특정 채널의 전부 또는 일부 시간을 쓰기로 계약하고 그 채널을 사용하는 방송콘텐츠 공급업자, 즉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Program Provider)가 되면 된다. 현행 방송법은 지방자치단체의 방송사업자 진입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케이블방송, 위성방송, 지역의 지상파방송을 통해 인천의 방송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더불어 제작비와 운영비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의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국들에게는 지원과 상생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돈이 없다고? 지레 겁먹을 일이 아니다. 인천지역에는 훌륭한 방송장비와 설비를 갖춘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와 같은 공공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 이러한 공공 인프라와 전략적으로 연대하면 문제는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정말 없는 것은 돈이 아니라 방송에 대한 지식과 방송환경에 대한 이해다. 그게 없어서 여태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