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열갑 대표_진흥식품 3
성열갑 진흥식품 대표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시장을 개척한다는 것은 중소기업에게 많은 시간과 버거움이 따른다. 내수시장에서만 영업하던 중소기업에게는 특히 더 그렇다. 진흥식품도 마찬가지였다. 진흥식품은 지난 10년간 스시김과 김밥용 김을 생산·유통하고 있다. 회사 설립 이후 매년 10억원씩 매출을 늘리며 70억원 가까이 매출이 수직 상승했지만, 2013년부터 매출이 정체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세월호와 메르스 영향으로 타격이 컸다. 위기를 맞아 돌파구 마련이 절실해졌다.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된 이유다.

해외시장 진출을 생각하며 준비도 많이 했다. 먼저 경기도 및 시에서 실시하는 해외전시회 및 통상촉진단에 도전해 상품의 경쟁력을 알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지난 5월부터 지금까지 무려 10개국을 방문해 해외시장을 노크했다. 그러면서 우리 스시김이 해외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상품에 대한 자신감이 붙을 무렵인 지난 11월 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FTA센터가 주관하는 ‘경기도 중동 통상촉진단’의 일원으로 이스라엘과 터키를 찾았다. 참여 업체로 선정되기까지 우여곡절도 있었다. 이스라엘에서는 우리를 찾아주는 바이어가 있었지만, 터키는 반대였다. 시장성 평가가 낮아 참여를 못하게 되는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경기FTA센터에서 스시김의 특수성 등을 해외무역관에 적극 어필하여 이스라엘과 터키 시장 모두를 공략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이렇게 참가한 중동 통상촉진단에서는 짜릿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찾는 바이어도 없고 상품성이 낮을 거라는 우려와 달리, 이스탄불 바이어들의 반응은 대단했다. 사전에 실시한 시장성 평가와 실제 바이어 미팅 내용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오자 중동 바이어들의 러브콜이 계속됐다. 이스라엘과 터키에서 우리 상품을 찾은 바이어 9명 중 6명이 계약을 요청했다. 계약 건에 관해 얘기를 하던 중 추가계약까지 맺는 경사도 이어졌다. 확정된 계약액만 25만달러에 이른다. 이처럼 빨리 계약이 성사된 이유 중 하나는 이스라엘, 터키시장에서 모두 필요한 청결식품인증(KOSHER MARK)을 사전 취득했고, 여러 해외마케팅 사업 참가 경험으로 필요한 노하우를 터득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번 통상촉진단의 능숙한 진행 솜씨도 큰 역할을 했다. 올해 들어 해외전시회와 통상촉진단 지원 사업에 몇 번 참여했지만 이번 만큼 반응과 성과가 좋았던 적은 없었다. 국가와 바이어 선택이 탁월했다고 본다.

경기도에서 실시하고 있는 통상촉진단 파견은 해외시장으로 진출하려는 중소기업들에게 관문과 같은 역할을 한다. 물론 중소기업들도 노력을 해야겠지만, 주관기관이 기업들에게 정확한 바이어를 매칭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 중소기업들은 해외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좋은 상품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의 프레임을 통해 보기 때문에 이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번 통상촉진단에서 수혜를 입은 기업은 진흥식품만이 아니다. 결국 중소기업이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노력에 더해, 경기도와 시·군의 지원을 받은 통상촉진단 또는 해외전시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이런 기회가 더욱 늘어나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하는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성열갑 진흥식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