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인들은 여론에 민감하다. 여론의 향방에 따라 정치 생명이 좌지우지되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선거의 꽃’이라는 여론 조사에 목을 맨다. ‘여론조사’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조지 갤럽이다. 광고회사 임원이었던 갤럽은 1932년 자신이 개발한 ‘과학적인 방법’을 장모의 선거운동에 이용해 미국 민주당 최초의 여성 주지사로 당선시킨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창안한 표본 추출은 비용면에서나 시간적으로 여론조사의 새로운 전기를 이뤘다. 갤럽은 개인의 정치적 선호를 측정하기 위해 전체인구를 여론조사하기보다 표본만 추출한 설문조사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 방법은 1936년 미 대선에서 톡톡히 덕을 봤다. 당시 인기잡지 리터러리 다이제스트(LD)가 공화당의 랜던 후보의 승리를 예측했을 때, 갤럽은 민주당의 루스벨트의 승리를 예측했다. LD사가 부유층에게 1천만장의 투표용지를 보냈을때(회수 240만장) 갤럽은 성별 직업 학력 등 단위별로 샘플 수를 할당해 고작 5천명 조사로 루스벨트의 당선을 맞춘 것이다. 이후 여론조사하면 갤럽이고 갤럽하면 여론조사의 대명사가 됐다. 그러던 갤럽도 2012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롬니가 49%를 얻어, 48%에 그친 현직 오바마 대통령을 이길 것이라는 틀린 예측을 내놓아 망신을 자초했다. 이 때문인지 갤럽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여론조사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한 여론조사 기관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에 대한 호남지역 지지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지율은 지난 7일 21.1%에서 8일 35.2%까지 치솟았다가 10일에는 13.2%로 추락했다. 이 조사를 두고 과연 3일만에 지지율이 20% 넘게 폭락할 수 있는지 말들이 많다. 여론조사가 조사기관별과 조사 방법에 따라 결과가 ‘널뛰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지만 이 정도라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요즘 여론조사를 보면 신뢰성을 보장하는 필수 항목을 누락하거나 언론사의 논조에 따라서 결과가 다르게 해석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의원들의 탈당이 이어지고, 총선이 다가오면서 이런 여론조사가 기승을 부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여론조사가 선거의 주요 변수로 등장한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일이다. ‘여론조사에 속지 않는 법’이라는 책도 나올 때가 됐다.
/이영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