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생성과 소멸 사이에 있다. 생성은 소멸로 이동하며, 소멸은 생성을 파괴한다. 이 가운데 소멸이 생성을 거부하거나, 배반하는 것만이 존재하지 않는다. 한편에서 생명이 태어나는 것 같이, 한편에서는 늙고 병들고 사라져가면서도 ‘소신공양’처럼 “제 몸 허옇게 태워” 또 다른 생명을 있게 한다. 골목에 버려진 ‘연탄재’는 “사람들 밥 짓다가” 그 생명이 꺼져서도 하얀 얼굴로 “미아6동 산동네”를 환하게 밝힌다. 이것이야 말로 인간의 죄업과 고뇌를 고통으로 녹여 열반에 들어가신 ‘부처님 마음’ 아니겠는가. 우리도 물질에 스며있는 ‘한 토막 숯의 마음’을 안다면 불길에 눈 녹듯 “죄 벗어 던진 채”로 한 해를 저물게 할 수 있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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