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둘러보면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들 적잖이 많아
어려움 처한 이들에게 관심 갖고
아픔을 함께 나누며 배려하는
따뜻함이 번지는 세밑됐으면…
대가나 자신의 이해에 상관없이 몸과 마음을 다해 헌신하는 적십자봉사원들의 가치를 다른 무엇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봉사를 한다는 것은 혜택을 받는 사람도 기쁜 일이지만 봉사하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일입니다. 봉사에 참여하면서 자신이 행복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주고받는 이들의 훈훈한 교감 때문입니다. 이들은 언제나 지역사회에 희망 에너지를 전파합니다. 다양한 영역에서 자원봉사 역량을 키워나갑니다.
요즈음 회자(膾炙)되는 말에 ‘박사보다 더 고귀한 학위’가 있다고 합니다. 학사, 석사, 박사보다 더 높은 학위는 밥 한 끼를 기꺼이 사는 마음을 가진 ‘밥사’가 좋고 그보다는 힘들 때 고민을 함께 들어주며 술 한 잔 사 주는 ‘술사’가 더 높다고 합니다. 욕망보다는 가진 것에 만족하며 매사에 고마움을 느끼는 ‘감사(感謝)’가 한 단계 더 값지다고 합니다. 또한 그 보다는 남과 나누면서 더불어 희망의 세상을 만드는 ‘봉사(奉仕)’가 가장 높고 귀한 학위라고 합니다. 변해가는 인심의 세태를 보면 왠지 그저 우스갯소리 같지만 않게 다가옵니다.
우리나라는 대학진학률이 71%로 높습니다. 입학을 위해 세계 최고수준의 사교육비를 부담하고 입학 후에도 비싼 등록금을 부담하는 우리네 부모님들입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식 교육에 헌신합니다. 미국은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66%입니다. 지난해 OECD가 실시한 ‘국제성인 역량조사’에서 우리나라 전문대졸은 39%, 4년제 대졸이상은 24%가 자신의 학력보다 낮은 학력으로도 충분한 직업에서 일하고 있는 ‘과잉 학력’이라고 답했습니다.
세상은 점점 살기 좋아진다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산타 할아버지 같은 사람을 기다리는 이가 많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무기력에 빠질 수도 있고 집안 사정이나 형편이 좋지 못해 속으로 앓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도움의 손길을 뻗칠 필요가 있습니다.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우리 사회에 화두가 된지도 오랩니다. 프랑스어로 ‘고귀한 신분’을 일컫는 노블레스와 ‘책임이 있다’는 오블리주와 합친 말입니다. 이들이 적극적으로 기부문화 확산에 나서야 합니다.
기부와 나눔은 거부하지 않는 열린 마음에서 나옵니다. 기부는 다른 사람을 돕겠다는 배려심에서 나옵니다. 12월초부터 가가호호 세대주 앞으로 적십자회비 지로용지가 배부되고 있습니다. 1년에 단 한번 내주는 ‘만원의 자발적 성금’은 바로 민들레 홀씨처럼 나눔의 씨앗을 뿌리는 일입니다. 어려울수록 나누고 배려하는 우리 민족 특유의 따뜻함이 번져나가길 바랍니다. 열 사람이 밥 한술씩 보태면 한 사람 먹을 분량이 된다는 십시일반(十匙一飯)의 뜻을 우리 모두 음미해 보는 마음을 가졌으면 합니다. 나눔을 실천하는 열기가 후끈해야 합니다. 추운 겨울 녹이는 따뜻한 나눔이 주변을 훈훈하게 만들기에 그렇습니다. 넘치는 이웃사랑에 행복이 가득한 세밑이면 좋겠습니다.
/김훈동 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