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살아나지 않으면
경기회복·경제활성화 어렵다
도내엔 신선·가공식품기업 많아
‘강소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용산역사 ‘찬들마루’ 적극 활용
세계시장 누비는 날 바란다


2015122201001597900082361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최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코레일과 공동으로 용산역사 내에 ‘농식품 찬들마루’를 개장했다. 찬들마루는 우수 농공상 융합형 중소식품기업 제품 전용 판매·홍보관이다. ‘농공상 융합형 중소식품기업’은 농업과 중소기업이 융합하여 고부가가치 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2012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와 중소기업청이 공동 육성하는 기업이다. ‘찬들’은 ‘곡식이 가득 찬 풍성한 들판’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농식품 찬들마루’를 통해 농업 생산물을 기반으로 창의적이고 경쟁력 있는 고부가가치 상품을 생산하는 63개 기업, 발효식품, 쌀가공식품, 주류, 차류 등 농산가공식품 360여개 품목이 소비자들에게 판매될 예정이다. 다른 유통채널보다 저렴한 입점 판매수수료를 제공하기 때문에 중소식품기업 수익구조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중소식품기업에 새로운 판로가 제공된다는 의미가 크다. 필자가 현장간담회를 통해 전국의 중소식품기업을 다니다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뛰어난 제품이 많은데 판로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마케팅능력이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aT가 제품개발, 홍보,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기업컨설팅을 해주고 있지만 한계도 있다. 호남선 KTX 개통으로 용산역사는 하루 평균 60만명의 고객이 이용하고 있다. 많은 소비자들이 중소식품기업 우수제품을 직접 보고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소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독일은 높은 경제성장률과 수출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360만여개에 이르는 중소기업, 즉 ‘미텔슈탄트(Mittelstand)’를 독일경제의 핵심으로 꼽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황폐화된 독일경제의 도약을 이끈 것이 바로 미텔슈탄트다. 독일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의 99%, 고용인력의 88%를 차지한다. ‘유럽의 피터 드러커’로 불리는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은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각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3위를 달리거나 소속 대륙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업’을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이라고 이름 붙였다. 한 마디로 ‘강소기업’이라 할 수 있다.

세계시장을 누비는 히든 챔피언의 상당수가 독일 중소기업이다. 2012년 세계 2천734개 히든 챔피언 가운데 1천307개가 독일 기업이었다. 미국(336개)·일본(220개)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많고, 23개에 불과한 우리나라와는 무려 57배 차이가 난다. 헤르만 지몬은 히든 챔피언 기업의 공통점으로 ‘장기적 전망, 전문화된 집중력, 세계시장’을 들었다. 장기 비전을 가지고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며, 해외시장을 염두에 두고 제품을 생산해야 강소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행에 휩쓸리며 백화점식 생산을 하고 좁은 내수시장을 탓하는 우리 기업들이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정부와 지자체도 중소기업에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등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체 가운데 대기업은 0.1%인 3천130여개, 중소기업은 99.9%인 341만5천여개이다. 종사자수는 대기업이 192만3천여명(12.5%), 중소기업은 1천342만1천여명(87.5%) 수준이다. 숫자로만 비교하면 독일과 큰 차이가 없다. 임금근로자 10명 중 9명 가까이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다. 중소기업이 살아나지 않고는 경기회복이나 경제활성화도 어렵다.

경기도 내 중소기업 사업체 수는 72만5천여개로 21%를 차지하고, 종사자수는 300만여명으로 23%가 넘는다. 사업체 수는 서울에 이어 전국 2위, 종사자 숫자는 전국에서 가장 많다. 중소기업이 살아야 경기도 경제가 살아나고 청년일자리도 늘어난다.

경기도에는 유망한 중소기업들이 많이 있다. 특히 다양한 신선·가공식품기업이 위치하고 있다. 경기도가 자체적으로 다양한 중소기업 육성정책을 실시하고 있고, 우수상품 전시관 등도 운영하고 있으나 이번에 개장한 용산역사의 찬들마루도 적극 활용해볼 것을 권한다. 경기도의 중소기업들이 ‘강소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역민들의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경기도 식품기업들이 세계시장을 누비는 ‘히든 챔피언’이 될 날을 기대해 본다.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