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는 ‘노후(老朽)’가 아닐까. ‘늙을 로’자에 ‘썩을 후’자가 왜 붙는가. 썩다니! 늙는 게 썩는 거란 말인가. 노후 장비, 노후 차, 노후 주택 등도 낡은 게 아니라 썩었다고? ‘노후’의 사전적 뜻도 ‘노폐(老廢)해짐’이다. 늙어 못쓰게 됐다는 거다. 중국엔 老라는 성씨도 있지만 중국의 노인 폄하 단어엔 기가 콱 막힌다. 노인은 산송장이라는 말이 ‘후어쓰런(活死人)’이고 ‘고기가 달리고 시체가 걸어 다닌다’는 말이 ‘쩌우러우싱스(走肉行尸)’다. 우리말의 미랭시(未冷尸), 영어의 walking dead에 해당하는 말들이다. ‘늙은 뼈와 머리통(老骨頭)’ ‘늙은 개(老狗)’에다가 심지어 ‘늙었는데 뒈지지도 않는다(老而不死:라오얼뿌쓰)’는 막말까지 있다. 일본에도 ‘늙어 욕된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는 뜻의 ‘로잔(老殘)’이나 늙어 쓸모없다는 ‘로하이(老廢)’, ‘노쇠해 폭삭 썩다’는 ‘오이코무’ 따위 단어들이 있지만 중국에 비하면 약과다.
물론 노인에 대한 긍정적인 말이 없는 건 아니다. ‘늙은 말은 길을 알고 있다(老馬識途)’, 노수(老手→베테랑), 노숙(老熟·老宿) 등 노인의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우러르는 말도 있고 머리는 빠져 짧아져도 지혜는 깊다(髮短心長)는 말도 있다. 그런데 몇 살부터 노인인가. 중국 최고 권위의 사전(詞典:츠디엔)을 보면 늙기 시작하는 나이는 60세, 늙음의 장막이 드리우는 나이(垂老)는 70세, 폭삭 늙는 나이는 80세라고 했다. 하지만 인간은 모태에서 떨어져 나오자마자 늙기 시작하는 게 아닐까. 미국의 시각 장애 흑인가수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의 노랫말엔 ‘Less than one minute old’라는 게 있다. 1분도 안된 갓난아기에도 old가 붙는다. 그에 비해 ‘30세 노처녀’는 덜 억울한 셈인가.
가구당 평균 부채가 6천182만원으로 3년 새 17% 증가했고 대부분의 노인이 빚으로 견딘다는 뉴스가 씁쓸하다. 그래서 poor silver라는 말까지 굳어졌다. 그것도 직장 일을 할 만큼 하다가 은퇴한다면야 다행일 게다. 서울시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 시민의 평균 정년은 남자가 53세, 여자가 48세에다가 73.1%가 노후 대책이 걱정이라고 했다. 모든 실버가 ‘골든’타임들을 누릴 수는 없을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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