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선자금'을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안대희 검사장)는 16일 한나라당의 불법자금 모금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혐의로 최돈웅 의원을 소환 조사한 뒤 이날 밤 11시25분께 귀가 조치했다.

검찰은 최 의원을 상대로 삼성과 LG 등 주요 대기업들로부터 한나라당이 수수한 500억원대 불법 대선자금의 모금 경위 등에 대해 전반적 조사를 벌였다.

최 의원은 이날 조사에서 지난 대선때 삼성으로부터 현금 40억원을 불법 수수하는 데 관여했다고 시인했고, 돈의 수령은 이재현 전 재정국장(구속)이 알아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최 의원은 이날 밤 귀가하면서 기자들을 만나 "40억원 가운데 10억원은 내 보좌관이 받아 당에 전달하고 나중에 이재현 재정국장에게 이를 확인했다"며 "그러나 나머지 30억원은 이 국장이 받아갔지만 보고는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SK를 제외하고 삼성과 LG에는 내가 후원금을 내달라고 요청만 했을 뿐 구체적인 수수 과정은 나중에 신문을 보고 알았다"며 "그러나 구체적으로 얼마를 달라고 액수를 특정해 요구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전날 자진출두한 이회창 전 총재가 불법자금 모금을 자신이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과 관련, 최 의원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했으나 최 의원은 "이 전 총재로부터 지시를 받거나 불법모금 사실을 보고한 적 없다"고 진술했다.

문효남 수사기획관은 이와관련, "최 의원이 이전과 달리 다소 진전된 진술을 하고 있으나 일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함구하고 있다"며 "최 의원은 이 전 총재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한나라당이 작년 10월말 중앙당 후원회를 앞두고 '모금 대책회의'를 열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를 벌이는 한편 최 의원이 대선 당시 당 재정위원장을 맡았던 점에 비춰 불법 선거자금의 집행에도 관여했을 것으로 보고 자금 용처 등에 대해서도 강도높은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지난 10월24일 3차 소환조사를 받고 두 달 가까이 출두 요청에 불응해온 최 의원에 대한 조사가 이뤄짐에 따라 주중 대선 당시 한나라당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김영일 의원을 재소환, 모금 개입 여부 및 자금의 용처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