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은 자유시간에도 도망가지 못하게 방안에 가두었어요. 할당된 주스를 팔지 못하면 굶겼고 성매매까지 강요했습니다.”
지난 99년 한국에 취업한 필리핀 출신의 레이첼(37)은 4년간의 한국생활이 악몽이었다.
짐승같은 생활을 견디지 못해 클럽을 도망친 레이첼은 인천의 수건 공장 등을 전전하다 얼마전 미군과 결혼, 의정부시 고산동에 정착했다.
가난에 허덕이는 필리핀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중동에서 파출부 생활까지 했던 레이첼은 더 많은 월급을 주겠다는 꾐에 빠져 한국에 왔지만 그를 기다린 곳은 사창가나 다름없는 미군 클럽.
하루에 할당된 금액만큼 매출을 올리지 못할 경우 쥐꼬리보다 작은 월급에서 공제했고 윤락을 강요당했던 레이첼은 “악몽같은 클럽 생활만 생각하면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 뿐이다”고 했다.
최근 여성인권단체인 '두레방'이 경기북부지역 미군 주둔 기지촌 일대 업소에서 현재 일하고 있거나 일한 경험이 있는 기지촌 여성들의 충격적인 실상을 소개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경기북부지역내 외국인 전용클럽은 동두천 60곳, 의정부 18곳, 파주 17곳 등 100여곳에 800여명의 외국인 여성들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기지촌 여성들은 50여만원의 기본급과 주스나 맥주 판매시 30% 내외의 성과급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으며 일부 여성은 오후 1시부터 오전 5시까지 14시간 일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업소는 통금 이후 미군들의 부대 복귀가 이뤄지면 업소 특실에서 한국인 손님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있으며 일부는 한국인을 상대로 성매매도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같은 업소측의 행태에도 불구, 외국인 여성들은 한국인 업소 매니저의 이름이나 주소조차 알지 못한 채 국내에 와 클럽 주인의 신체적·정신적 학대에 대해 신고 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외국인 여성들의 취업으로 인해 50대 이상의 한국인 기지촌 여성들은 일자리를 잃고 업소 주변에서 미군들에게 꽃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정이 더 안좋은 일부 여성들은 기초생활보장법 수급자가 돼 생계비 지원금으로 생활하거나 일용직 노동까지 하고 있다.
기지촌 여성들, 인권은 없었다
입력 2003-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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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2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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