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케시마 나미 ‘그래도, 우리 엄마’는 2014년 1월에 일본에서 출간된 ‘저는 나쁜 엄마입니다(私がダメ母だったわけ)’를 6월에 (발 빠르게) 번역한 책이다. 우리나라에는 통 안 알려졌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솔직한 만화다.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자신이 무척 낯을 가리지만, 낯가리는 걸 티 내지 않으려 애를 쓰는 사람이라 소개한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기 전에 엄청 긴장하고, 타인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못하고, 심지어 전화도 제대로 걸지 못한다 고백한다. 그리고 32년간 성실하고 착한 딸이었지만, 아이를 키우며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이했다고 고백하고 이 만화가 ‘나쁜엄마 극복기’라고 설명한다. 아이를 낳아 육아를 시작하는데, 순간순간 아이에게 짜증을 낸다. 힘들어 짜증을 낼 수 있다고 다들 말하지만 작가는 자신의 짜증이 뭔가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틀림없이, 분명히 애정이 있는데 대체 왜 짜증을 내고 마는지 계속 자책”도 한다. 아이와 함께 노는 것도 힘들고, 매일 밤 딸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도 역시 힘들기만 하다. 그러던 중 배변훈련을 하다가, 실수를 한 딸 아이에게 짜증을 내고 만다. 어느 날 자신의 눈치를 보는 딸 아이의 모습을 마주한다. 그리고 딸 아이에게서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작가는 자기 마음 속에 응어리진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늘 화를 내던 엄마, 자식들에게 과도한 애정을 표현하고, 엄마에게는 폭력적인 아빠. 그리고 그 안에서 자라며 상처를 받은 자신의 유년시절을 담담하게 고백한다.
작가는 엄마가 되어 자식을 기르며 기억 저편에 밀쳐놓았던 유년시절과 엄마를 직시한다. 작가는 짜증내는 엄마에 대한 기억을 중심으로 유년시절을 돌아본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 엄마’는 엄마와 딸의 관계회복을 그린 만화가 아니다. 엄마와 딸, 다시 엄마와 딸로 상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음을 드러낸 만화다. 장르 만화처럼 멋진 클리이맥스는 없지만, 함께 고민해야 할 화두는 충분하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창작전공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