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건 지구 종말 조짐이 아닐까. 늘 영하 10도 정도였던 뉴욕의 지난 크리스마스 기온이 기상관측사상 최초로 초여름 같던 22도의 기상이변 말이다. 그날 T셔츠 바람의 뉴요커들 기분이 어땠을까. 다만 ‘따뜻해 좋네!’였을까. 캐나다도 온난했고 유럽의 지붕 알프스엔 만년설도 증발했다. 프랑스, 독일에도 봄꽃이 만발했고…. 소름끼치는 겨울 실종, 계절의 마비가 아닌가. 23일엔 또 미국 남동부 아칸소 일리노이 인디애나 미시시피 테네시 미시건 등 무려 20개 주 이상에서 토네이도가 거의 동시에 또는 연달아 발생, 11명이 사망했고 특히 미시시피 주는 14군데나 토네이도 몰매를 맞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자동차들이 나뒹굴고 소 떼가 말려 오르는 무시무시한 회오리바람, 그건 여름철 불청객이었다. 그런데 12월을 여름으로 착각한 건가. 같은 날 미국 서부엔 폭설이, 남부엔 홍수가 났고 아르헨티나, 파라과이는 60년만의 홍수였다.
지구가 무섭다. 단테의 ‘신곡(神曲)’ 속 지옥이든 그리스신화의 타르타로스(Tartaros) 암흑계 지옥이든 또는 종교에서 일컫는 지옥이든 지구의 지옥화(化) 변고가 아닐까. 중국은 사상 처음 12월 들어 두 번째로 18일 스모그+미세먼지 적색경보(紅色預警)를 내렸다. 그래서 한반도도 지난 주말까지 지옥이었다. 그런데 세계보건기구는 ‘베이징보다도 더한 대기오염 도시가 인도 뉴델리’라고 했다. 연간 1만명이 천식과 만성 폐색(閉塞) 폐질환으로 죽는다는 거다. 뉴델리의 ‘델리(Delhi)’는 ‘집의 입구, 인도(人道)의 입구’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입구만 있지 출구가 없는 지옥 도시가 돼버린 게 뉴델리다. 내과전문의 아미타이브 셍그푸타(59)가 말했다. “폐병으로 죽기 싫거든 뉴델리를 떠나라”고.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89)은 25일 항례(恒例)의 크리스마스 연설에서 “세계 도처 끊이지 않는 테러를 비롯해 세상은 점점 암흑에 직면해가고 있다”고 했고 그러나 결국 빛은 어둠을 이길 거라는 희망적 악센트를 붙였다. 그 darkness(암흑)를 일본 기자는 ‘어두울 암’자 두 개가 겹치는 ‘暗闇(쿠라야미)’으로 통역했다. ‘암흑’도 아닌 ‘암암흑’이다. 그럼 무궁화 삼천리강산은? 하느님이 마냥 보우만 하실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