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구 신포동으로 대표되는 구도심 개항장 일대가 인천지역 문화 중심지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1980년대 인천시 청사가 빠져나가며 끝도 없이 내리막을 걸었던 이 일대가 소규모 음악클럽과 작은 갤러리, 소극장, 북카페 등이 새로 들어서며 서서히 활기를 되찾고 있다. 그 선두에 음악클럽이 있다. 길게는 30년에서 짧게는 2년여 동안 자리를 지켜온 소규모 음악 클럽들이 침체된 구도심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1983년 문을 연 인천 최초의 재즈클럽 ‘버텀라인’을 비롯해 포크 음악카페 ‘흐르는 물’, 홍대앞 인디밴드의 공연을 볼 수 있는 ‘클럽 글래스톤베리 인천’ 등에서 공연이 열릴 때면 음악을 좋아하는 관객들로 붐빈다.

온라인 재즈 동호회 운영자를 맡고 있는 김안나(35·석남동) 씨는 “5년째 버텀라인을 찾고 있는데, 최근 공연에는 빈 자리가 없고 낯선 손님들도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클럽을 운영해온 주인의 노력과 신포동의 매력이 요즘 들어 서서히 빛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미술작품이나 조각, 사진 전시 등이 가능한 문화·예술 공간도 속속 들어서며 이 동네로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개항기 창고 건물을 리모델링해 지난 2009년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 인천아트플랫폼은 예술가의 창작·전시 공간으로 활용되며 이 지역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인천아트플랫폼이 들어선 이후 이 일대에는 크고 작은 전시 공간이 부쩍 늘었다. 2013년에는 선광미술관이 문을 열었고,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 아도’(2014년), ‘갤러리지오’(2014년), 인천관동갤러리(2015년), 인천 전문 출판사가 운영하는 북카페 ‘북앤커피’ 등의 문화공간이 잇따라 들어섰다.

또 지난 2011년에는 연극을 감상할 수 있는 소극장 ‘떼아뜨르 다락소극장’이 개관하는 등 신포동 일대에는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저변이 마련되고 있다.

문화공간이 들어서며 거리가 활기를 되찾고 있다는 점은 주변 상인이 피부로 느낀다.

신포동에서 35년째 설렁탕집을 하고 있다는 이정자(65) 씨는 “1년 사이 거리에 사람이 부쩍 늘어났다는 점을 느끼고 있다”며 “오래된 단골 위주였던 음식점 손님들도 젊은 층이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를 반기면서도 문화공간 운영자들은 불안하다고 한다. 임대료 상승 등으로 건물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구도심이 활성화하면 기존 주민들이 내쫓기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한 대책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에서는 지자체가 나서서 조례를 만들고 임차인과 건물주 간 상생협약을 맺는 등의 방식으로 이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최근 구월동에서 임대료가 저렴한 신포동으로 회사를 이전했다는 출판사 ‘다인아트’ 윤미경 대표는 “2000년대 초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인근 지역에 몰려있던 예술가들의 작업실과 화방 등이 술집·노래방 등 유흥업소에 밀려 구도심으로 떠나는 현상을 목격했다”며 “지역 구도심을 활성화하는 데 이바지한 임차인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