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친다는 뜻을 지닌 한자인 종(終)자를 보면 겨울 동(冬)자가 들어있다. 겨울은 한 해를 마치는 계절이기 때문에 의미가 부합한다. 겨울은 기운을 땅 속에 깊숙이 수렴하면서 한 해의 노고를 위로하는 때이기 때문에 위로의 계절이라 하였는데 한 해를 돌아보며 그 동안 한 일을 평가하고 위로하는 계절이다. 그래서 각종 단체나 직장에서 나름대로 종무식(終務式)을 한다.
그런데 겨울은 천간(天干)으로 임계(壬癸)에 해당하는데 임(壬)은 아이를 밴다는 ‘임(妊)’의 뜻이고, 계(癸)는 헤아린다는 ‘규(揆)’의 뜻이다. 겨울이 끝이 아니라 다시 새 생명을 잉태하여 품고 있다는 뜻이고 속에 품고 있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추측하고 헤아린다는 뜻이다. 이것은 마칠 종(終)자에 있는 실 사(糸)자의 역할이다. 실이 사물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듯이 겨울은 감추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다시 새해로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렇듯 마친다는 ‘종(終)’은 그 자체에 ‘시(始)’를 품고 있다.
새해를 시작하고 마치기를 수십 번 해보아도 깔끔하게 만족스러운 적이 얼마나 있을까! 시작이 있고 과정이 있고 마침이 있듯이 이 세 가지 단계를 잘할 방법을 주역에서 소개하고 있다. 그 가운데 마침을 잘하는 방법에 대한 충고가 군자유종(君子有終)이다. 마침을 잘 이루기 위해서는 노력과 겸손함이 필요하다고 해서 겸손하다는 겸괘(謙卦)에 있는 말인데 다 이루어놓고 자만하는 순간 유종(有終)의 미를 거두지 못하고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뜻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