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농장을 운영해온 김씨는 “연말연시 출하기를 맞아 한 몫 잡아 밀린 빚을 갚을 수 있겠다는 들뜬 생각에 밤잠까지 설쳤는데 웬 날벼락인지 모르겠다”고 오열했다.
김씨의 하소연을 뒤로 하고 보건소와 시청 등 방역기관에서 나온 대책반원들은 무려 4만3천여마리에 달하는 닭을 땅속에 묻기 위한 살처분작업에 분주했다.
살처분에 쓰일 포클레인과 소독차량 등 중장비들이 한적한 농장안으로 속속 들어오자 평화롭던 농장은 한순간에 굉음이 요란한 공사장으로 돌변했고, 작업을 서두르라는 감독관의 호령에 인부들의 손길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양계장에서 불과 50m 떨어진 매립지에는 작업 시작 1시간여쯤 지나 큰 웅덩이가 입을 벌렸고, 이미 죽은 닭들부터 집어 삼켰다. 이어 살아있는 닭들을 웅덩이로 몰아넣는 '닭몰이'의 진풍경이 이어졌다.
작업반원들이 양계장을 열자 4만여마리의 닭들이 줄을 지어 웅덩이로 떼지어 들어갔다. 아마도 생지옥이 이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처참한 광경이었다.
이따끔 최후의 운명을 감지한 듯 '꽥 꽥'소리를 내지르는 닭 울음소리에 참다못한 김씨는 “정밀검사가 나올때까지 살처분을 미뤄달라”고 애원하기도 했다.
뒤늦게 살처분 소식을 전해들은 마을 주민들도 오후들어 하나둘씩 농장주변에 모여들었으나 방역요원들의 저지로 들어가지 못한 채 먼발치에서 안타까운 표정으로 김씨를 위로했다.
인근 마을에서 양계장을 운영하는 심모(57)씨는 “살처분광경을 보니 남의 일 같지가 않다”며 차가운 날씨에 소주잔을 기울였다.
방역당국은 이날 김씨 농장 주변 반경 3㎞이내 위험지역과 10㎞이내 경계지역내 다른 농장들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방역작업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