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배 늘어 1200조 달하고 있다
원리금 상환 부담 때문에
중산층이하 소비 무뎌진 상황
여기에 전세의 월세 전환과
사교육비등 증가로 내수회복 불가
![2015123001002165900110661](https://wimg.kyeongin.com/news/legacy/file/201512/2015123001002165900110661.jpg)
최근 경제 전망의 오류가 잦은 데는 다른 이유도 존재한다. 경제 전문가들이 주기적 변수만 고려하고 구조적 요인을 종종 간과해서다. 이는 나무만 보고 숲은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잔물결에 가까운 주기적 변수는 큰 파도인 구조적 변수 앞에 맥을 못 춘다. 경제 주기 상 활황세가 예상되더라도 글로벌 경제나 금융시장에 큰 변고가 닥친다면, 경제 전망을 수정해야만 한다.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시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잘못된 예측을 한 것도 그래서다.
단언컨대 2016년은 경제 전문가들이 가장 비난을 덜 당할 만한 해이다. 워낙 중대한 구조적 변수 세 가지가 우리 경제를 옥죄고 있어서, 다른 예측을 내놓을 여지가 거의 없다. 전망이 틀릴 가능성도 거의 없다. 한 마디로 내년 우리 경제는 불확실한 저성장을 지속할 전망이다. 불확실성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에서 비롯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는 사상 유례 없는 양적 완화 정책을 펴왔다. 미국의 3조 달러를 비롯해, 유럽연합과 중국, 일본 등이 무려 8조 달러를 시장에 공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 와중에도 미국을 제외하고 글로벌 경제는 살아나지 않았다. 문제는 미국이다. 미국은 풀었던 돈줄을 다시 죄어야만 한다. 이미 이번 달부터 기준금리를 조심스럽게 올리는 것으로 그 흐름이 시작됐다.
물이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듯, 돈은 돈값을 잘 쳐주는 곳으로 유입된다. 바로 금리와 통화가치가 높거나 높아질 곳이다. 돈이 될 만한 곳을 찾아 전세계에 흘러들었던 돈은 미국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외국 자본에 크게 기대는 신흥시장 국가들에 이 시나리오는 악몽이다. 브라질, 터키, 인도네시아, 인도 등의 경제에는 험로가 놓여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800억달러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와 3천억 달러 이상의 외환보유고를 보유한 우리로서는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같은 충격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 여기에 러시아를 비롯해 원유나 원자재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나 유럽 일부 회원국 경제의 위기도 내년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저성장은 크게 두 가지에서 비롯된다. 하나는 우리 경제의 전통적 기둥이었던 수출과 제조업에서 발생한 구조적 변수다. 우리가 추격해온 일본 경제는 싸진 엔화를 바탕으로 반격을 시작했다. 반면 우리 한참 뒤에 있다고 여겨온 중국은 거의 전 분야에서 우리를 다 따라잡았다. 외환위기 전야에 얘기했던 이른바 ‘샌드위치’ 혹은 ‘호두까기’ 경제가 20여년이 채 안 돼 재연된 것이다. 여기에 내년에는 그간 비상해온 중국 경제에도 이상 현상이 잦을 전망이다. 갑작스럽게 성장이 둔화되는 상황이다. 중국은 우리 수출의 4분의 1이 향하는 곳이다. 외환위기 이후 과격하게 진행됐던 구조조정의 약발이 다했고나 할까? 이제 그간 쌓인 군살을 제거하는 새로운 구조조정에 대한 결단을 내릴 시기다.
내년 우리 경제는 내수조차 쉽지 않은 이른바 ‘쌍끌이’ 저성장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가계부채가 6.4배나 늘어 1천200조원에 달하고 있어서다. 원리금 상환 부담 때문에 중산층 이하 계층의 소비는 무뎌진 상황이다. 여기에 전세의 월세 전환, 공적 연기금 증가, 통신·사교육비 증가로 내수는 사실상 회복 불가 상태다.
3%를 약간 웃도는 정부의 희망 섞인 전망치에도 불구하고, 내년 우리 경제는 2%대 전망이 불가피하다. 그나마 글로벌 경제나 금융시장의 변고로 인한 충격을 크게 받지 않으면 다행이다. 적국에 전쟁을 선포하러 간 사신이 목에 베이듯, 경제 전문가들에 대한 악평 가운데 일부는 그들이 전하는 부정적 소식에 기인한다. 부디 내년에는 이를 자주 전할 수밖에 없는 우리 처지도 헤아려 주길 바란다.
/김방희 생활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