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나갈 수 없고 주변 사람들과 대화도 안 통해서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냥 경찰에 붙잡히면 고향에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남의 물건을 훔쳤습니다.”
지난 27일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 모 편의점에서 두차례에 걸쳐 담배 4보루를 훔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중국 동포 계모(53)씨.
경찰조사 결과 계씨는 한국 남자와 결혼해 인천에 살고 있는 딸(27)을 만나기 위해 지난 2002년 12월 친척방문 비자로 아내 김모(48)씨와 입국했다.
계씨는 1년간의 체류기간이 끝나자 국내에 계속 남으려고 식당일을 하는 아내와 부평구 청천동 일대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숨어 지냈다. 다리가 불편해 막노동도 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그의 마음을 불안하게 했던 건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 강화였다. 생활은 더욱 힘들어졌다.
그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외로움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같은 동네에 사는 김모(71)씨에게 이같은 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경찰에 붙잡히면 불법체류자 신분이 탄로나 돈이 없어도 중국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아내와 함께 남의 물건을 훔치기로 했다.
이들 부부는 지난 25일 오후 9시께 부평동의 한 편의점에 들어가 카운터 위에 있던 담배 2보루를 훔쳤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들의 범행은 탄로나지 않았고 다음날 오후 10시께 다시 편의점에서 담배를 훔쳤던 것이다.
이들은 편의점 내부에 설치된 CCTV를 보고 자신들을 찾아 온 경찰에 순순히 범행일체를 털어놨다. 계씨와 김씨는 특수절도 혐의로 불구속입건됐다. 불법체류자 신분인 계씨는 강제출국을 위해 출입국관리사무소로 보내졌다. 그러나 아내는 이미 불법체류자 합법화 등록을 마친 상태여서 강제출국 대상에서 제외됐다. 계씨는 가족들과 생이별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계씨는 경찰에서 “아내는 일하느라 밤늦게 돌아오고 집에서 혼자 대화 상대가 없어 견디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불법체류 50대 중국동포, 강제출국 당하려 범행
입력 2003-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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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29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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