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하되 간섭 안하는 투명하고 공정한 정책 펼것
전담 조직도 만들어 도전·열정 꿈꾸는 공간도 제공
올해 수원시는 청년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갖고자 한다. 아르바이트로 생존을 걱정하는 대학생과 고시원에서 잠을 청하는 취업준비생 등 청년들의 삶의 무게는 무겁다. 단지 입학, 졸업, 취업, 결혼, 출산으로 이어지는 평범한 삶을 원했건만 세상은 만만치가 않았다. 희망의 사다리를 찾기 위해 치열하게 맞섰지만 취업 절벽이라는 현실에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절망으로 이어지는 게 현실이다.
과거에는 개인의 노력으로 처해있는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응답하라1988’에 열광하는 이유도 그 시절, 5년 뒤, 10년 뒤 세상이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고, 동일 선상에서 함께 배고팠기 때문에 힘들어도 함께 걷자며 어깨동무하는 ‘동료의식’이 있었다.
최근에 청년들은 양극화로 인한 기존의 계층 격차해소 등 사회적인 변화가 없다면 자신이 처해있는 현실을 바꾸기 어렵다고 인식한다. ‘N포 세대’와 ‘금수저’, 그리고 ‘헬조선’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그러면 수원은 왜 청년이 우선인가? 수원의 가장 큰 매력은 ‘젊음’이다. 수원의 청년 비율은 26.3%로 32만 명이 살고 있다. 전국 평균 22.8%, 경기도 23.3%, 서울시 25.4%보다 높다. 수원시는 젊은 도시다.
인구절벽에 고령화 사회를 맞고 있는 지금 더 늦기 전에 청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더 이상 수원의 미래는 없다. 도시의 희망이라 할 수 있는 청년들 삶이 불안해지고 그들이 더이상 꿈을 꿀 수 없다면 이미 그 도시는 죽은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수원시는 ‘청년 그리고 희망’을 올해의 화두로 정했다.
수원시는 그동안 창업지원센터, 사회적경제 지원센터, 고용복지 플러스센터, 3D프린터 특화형 1인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 등 다양한 창업과 일자리정책을 펼쳐왔다. 하지만 청년 문제 해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기초단체라는 현실적 제약도 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고민하고 청년들을 만나 묻고 또 물었다.
이에 서울시의 ‘청년허브’와 ‘커먼 그라운드’를 방문해 청년정책에 대한 혁신적 사례와 전환적 사고도 배웠다. 수원형 청년정책을 펼치기 위해 우선 순위는 무엇인지 청춘들의 의견을 경청하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해도 어떤 회사에 들어가야 좋을지 모르겠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꿈을 꾸라고 하는 것 자체가 사치다”, “이대로는 ‘노답’, ‘리셋’된 세상에서 살고 싶다”라는 청년들의 처절한 고민을 들었다.
청년정책을 펼치기에 앞서 몇가지 원칙을 정했다. 먼저,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안한다’는 대원칙과 함께 정책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한 집행을 최우선으로 하며, 입안부터 실행까지 청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돕고, 행정은 지원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청년정책은 정형화된 행정의 틀을 깨지 못하면 청년의 상상력을 현실화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일자리에 한정하지 않고 청년의 삶 전체로 시야를 확대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청년을 지원할 전담 조직을 만들 것이다. 청년의 꿈을 뒷받침할 제도도 만든다. 함께 도전하고 열정을 꿈꿀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한다. 청년들이 함께 모여 고민을 나누고, 나와 우리 지역의 상생발전을 위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꿈꾸는 공간이다.
수원시가 열정과 도전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청년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고, 꿈을 그리다 지쳐 주저앉으면 어깨도 빌려주고, 다시 일어나 꿈을 완성하도록 비빌 언덕이 되고 싶다. 팍팍한 삶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지만 두려움에 맞서는 용기만큼 강한 것은 없다. 수원시가 청년들과 동행하고자 한다. 청년과 공감하고, 청년의 시각에서 시작한다면 작은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나비효과처럼 말이다.
/염태영 수원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