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인력·노하우 불충분
특허분쟁 간접 지원체계 필요
공유적 시장경제로 공정 경쟁
‘경기도형 공적개발원조’ 통해
저개발국에 ‘지식재산’ 나눔
해외시장 개척 큰 도움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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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진 (재)경기테크노파크 경기지식센터장
얼마 전 수원소재 제조업체 사장님으로부터 “억울하지만 대법원에 상고한 특허 무효소송을 포기하겠다”는 메일을 받았다. “처음 이야기했던 개발비보다 터무니없는 돈을 줘도, 최초 아이디어와 다른 내용을 요구해도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는데, 기술개발이 어렵다고 했을 때 온 힘을 쏟아 성공했고 특허권을 갖게 되었다. 2년여 소송으로 빚만 졌다. 이젠 몸도 마음도 지쳤다. 정말 乙도 못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며칠을 특허법원 판결문과 정부과제위탁계약서, 특허발명 내용을 검토했는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땐 우리나라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창의적 시도가,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보통의 아버지들의 노력이 좌절되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느꼈다. 기업간 특허분쟁은 원칙적으로 자체 대응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지식재산 전담인력, 노하우가 충분치 않다. 흔히 특허분쟁을 ‘전쟁’으로 표현하는데, 전쟁터에 나갈 우리 중소기업들은 맨몸이며, 출발선이 공정하지 않다. 이를 지원할 우군이 필요하고, 때론 연합전선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특허분쟁에 대한 간접적 지원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시장이 글로벌화 되고, FTA 확대로 관세가 철폐되면서 시장에서 지식재산권이 갖는 영향력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특히 부가가치창출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제조업을 기반산업으로 하는 경기도는 앞으로 관내 중소기업들의 특허분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다만, 국가간, 기업간 분쟁 우려가 있는 직접적 소송지원보다는 경기도로서는 자체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체질을 강화할 수 있는 특허소송보험, 컨설팅 지원확대, 전문인력 양성, 동종업종 간 특허를 공유할 수 있는 특허포트폴리오 구축 등 간접적 지원에 주안점을 둘 필요가 있다. 또한 연구개발 단계에서부터 경쟁력을 갖는 지재권이 창출될 수 있도록 특허컨설팅을 강화해야 하고, 양산화 관점에서 지재권과 기술이 융합된 디자인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 제품으로 출시되지도 못하는, 그냥 멋진 디자인 하나 얻었다는 것에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둘째, 지식재산 기반의 ‘공유적 시장경제’로 공정한 경쟁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정부과제위탁계약서 대부분에는 ‘지식재산권을 포함한 기타 모든 산출물에 대한 권리의 소유권은 위탁자에게 귀속한다.’라는 내용이 있다. 정부과제 위탁계약은 기술개발이 주요 위탁사항이지 그 산출물인 지식재산권까지 넘기라는 것은 너무 포괄적이고, 소위 甲의 일방적인 계약조건이란 생각이 든다. 이를 직무발명과 같이 취급하면 어떨까? 개발자에게 지재권의 획득과 활용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주고, 위탁자가 권리를 승계하지 않을 경우 그 권리를 갖고 활용할 수 있게 한다면 보다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기술개발이 이뤄질 것이다. 개발자인 중소기업에게 보다 공정한 동기부여가 될 것이며, 미활용 특허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지재권은 시장독점 내지 우위를 목적으로 하지만, 산업발전에 공헌해야 하는 공정한 수단이어야 하고, 보다 따뜻함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경기도부터 해봤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경기도 중소기업이 갖고 있는 적정기술을 활용해 국제적 지식재산 나눔을 통한 ‘경기도형 공적개발원조(ODA)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미얀마와 같은 저개발국가들이 서서히 지식재산에 눈을 뜨고 있고, 경기도에는 이들 국가들이 필요로 하는 적정기술이 넘쳐난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접근 가능한 특허정보는 2억7천만여 건에 이른다. 이러한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현지에 맞는 적정기술을 적은 예산으로도 효과적인 발굴·개발이 가능하고, 브랜드 디자인 개발을 함께 지원해 이를 비즈니스로 활용하면 수혜국의 실질적 소득 증대와 기술수출을 통한 도내 중소기업들의 해외시장개척에 큰 도움이 되는 Win-Win일 것이다.

작년 퀄컴의 특허료 수입이 66억 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에 퀄컴칩의 공짜사용 시대가 끝나면서 올해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우리 중소기업들도 퀄컴과 같은 기업이 나타나길 기대하며, 丙申年을 지식재산 기반의 NEXT 경기 실현의 원년으로 삼았으면 한다.

/조명진 (재)경기테크노파크 경기지식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