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준회장
한희준 (사)중소기업 융합 경기연합회 회장
새해를 맞았지만, 풍경이 낯설다. 이맘때면 다들 덕담을 나누며 ‘희망’을 주고받았다. 서로에게 “올해는 더 나아질 거야”라는 희망의 기운을 전하는 것이 새해의 시작이었다면 올해는 이 새해 인사가 사뭇 맥이 빠진 듯하다.

하물며 일반인들도 이럴진대 기업인들은 인사마저 주저하게 된다. 지난 한해 많은 기업인이 살얼음판 위를 걷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으리라 짐작된다. 이를 외부에서는 흔히 ‘위기’라고 말하지만, 심정을 아는 기업인들은 단순히 위기라고 말하지 못한다.

새해엔 안 된 말이지만 우리 경제는 다시 ‘위기’라는 말로 경종을 울리고 있다. 국내외 많은 경제학자들이 위기로 진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부로 절감하는 기업인들은 ‘절체절명’이라는 말을 덧붙이고 있다.

그러나 모두 위기라고 말할 때 기업인이라면 스스로라도 ‘희망’을 부르짖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민족은 특유의 DNA가 있지 않은가. 바로 ‘위기 극복 DNA’. 우리는 지금까지 숱한 위기를 넘기며 오늘날 세계 20대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지 않았던가. 지난해부터 다시금 IMF사태를 자주 입에 오르내리며 경제 현실을 표현하고 있지만 우리는 난생처음 겪었던 그 위기도 슬기롭게 넘겼다. 지나친 낙관도 금물이지만 지나친 절망도 불필요하다. 오히려 ‘잘할 수 있을 거야’라는 자신감이 필요한 시기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 기업인을 두렵게 하는지부터 짚어보자. 수출 중심 기업이라면 당연히 불투명한 글로벌 경기일 것이다. 내수에 치중하는 기업일지라도 핵심 기술력을 키우지 못했다면 내수 시장에서 중국제품과 다를 바 없는 취급을 받을 것이다. 기술력이 비슷한 수준이라면 가격경쟁에서 손을 들 수밖에 없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두려움은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정확한 좌표를 일러줘야 할 정부가 어제와 오늘이 다른 좌표를 제시하면 기업은 망망대해와 같은 세계시장에서 표류하거나 침몰하고 만다.

문제를 알았다면 우리는 해결방안을 찾는 데 몰입해 거침없이 도전하면 된다.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올해는 우리 기업인들이 스스로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핵심적인 기술 하나만큼은 얻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이 없으면 결코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이제 내외수 시장을 구분 짓던 시대는 종말을 고했다. 세계 모든 기업과 경쟁해 이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해야 한다. 물론 한계에 부닥칠 수 있고 역부족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새 길을 창출할 수 있다는 희망을 부르짖자는 것이다.

우리 경제가 위기를 넘기기 위해서는 기업 혼자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정부도 도와 주고 올바른 길을 안내해야 한다. 기업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고 유능한 인력을 끊임없이 공급해야 한다. 기업을 둘러싼 산업환경이 달라졌다면 이에 걸맞은 새 정책을 제시해야 하고 기술연구 조직을 한층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

기업인에게 새해에 담은 희망 메시지는 사실 우리가 해야 하고 극복해야 할 일을 일러주는 것이다. 우리는 잘해 낼 수 있을 것이다.

/한희준 (사)중소기업 융합 경기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