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본 -희용 사진
이희용 상록고 교사·교육학 박사
얼마 전 우리 아이가 성적표를 가지고 왔다. 기대가 앞섰다. 평가를 위해 사교육을 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아빠이자 교사로서 아이를 직접 가르친 이유에서인지 ‘이번만은’ 하는 기대감이 절로 들었다. 그러나 기대는 어느덧 실망감으로 빠져들었다. 오늘, 나의 모습에서 왜, 30년 전 부모님의 모습이 오버랩 될까?

필자가 학교 다닐 때는 학문 중심의 4차 교육과정이었다. 지금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앞두고 있다. 벌써 수많은 시간 속에서 교육과정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끊임없이 발전해 왔다. 그런데 지금의 교육 현실은, 아니 교실에서의 교육과정은, 그리고 수업과 평가는, 어떻게 변화되어 왔을까? 하드웨어적인 면만 바뀐 것일까? 아니면 학생에서 이제 부모가 되어버린 내 모습만 변화된 것일까?

2015 개정 교육과정은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 양성의 핵심 역량을 설정하고, 균형 학습과 기초 수양 함양을 위한 통합 교과를 운영한다. 이에 따라 교과별 핵심 개념과 원리를 중심으로 학습 내용을 적정화해야 하며, 교실 수업을 교사 중심에서 학생 활동 중심으로 그리고 평가를 학생을 위한 성장 중심의 과정을 평가해야 한다. 지나치리만큼 지극히 당연하고 타당한 이야기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정책 변화를 실현시키기 위해 각 시도 교육청 그리고 일선 학교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것일까? 특히 30년 전의 되새김질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질문에 대한 답변은, 우리에게 다양한 교육 경험과 자산이 쌓여 있다는 것이다.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를 운영해 본 10여 년의 과정과 결과, 그리고 5년 동안 혁신 학교를 운영했던 노하우가 존재한다. 이들 자산의 공통점은 교육과정의 정상화 즉, 학생 중심 수업 운영과 학생의 참된 학력, 나아가 성장을 돕는 수업 밀착형 과정 중심의 평가이다. 즉, 교육과정, 수업, 평가의 일체화를 통해서 학교 교육과정의 정상화를 이끌고 이를 기반으로 학생·현장 중심의 교육과정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교육과정이 실현되는 곳이 바로 학교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각 시도교육청은 학교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역량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교육과정 장학 체제를 사업 중심이 아닌 학교 교육과정의 과정별, 영역별 운영 영역에 맞춰 학교별 맞춤 장학을 실시하고 이들 전체를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학교급별 연계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학업성적관리지침 등에서 교사를 수동적으로 이끄는 지침을 교사 자율성에 비춰 수정하거나 개선해야 하며, 관련 장학자료를 생산하고 이를 학교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학교 현장 역시 동료성에 기반한 교사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즉 전문적 학습 공동체를 통해 백워드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 나아가 교육과정의 재구성, 그리고 배움 중심 수업, 성장 중심 평가 등을 교실에서 실천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실천은 전문적 학습 공동체 안에서 수업 나눔, 수업 성찰 등으로 이어져 교사의 끊임없는 성장으로 이어져야 한다. 특히 각 시도교육청과 학교 현장은 질 관리 위원회를 통해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즉, 도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의 질 관리 위원회는 학교 교육과정의 원활한 운영에 초점을 맞춰 지원하고 학교 차원의 질 관리 위원회는 전문적 학습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 교사들의 꾸준한 공동연구 및 공동실천이 이루어지도록 이끌어야 한다.

단순한 평가 결과를 넘어 학생이 수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배움의 즐거움을 얻는 학교가 행복한 학교이다. 교육과정, 수업, 평가 일체화는 이러한 학교를 지향하는 첫 단추이자 핵심이며, 30년의 긴 악연을 끊을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 줄 것이다.

/이희용 상록고 교사·교육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