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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융·건릉’의 혈자리 안산(案山) 정상에 웬 공장?

정조대왕의 효심이 살아 숨쉬는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216호(융·건릉)의 5개 혈자리(사진)중 하나이며 비바람을 막아주는 안산인 구교기 봉표처(옛 수원향교터, 화성시 안녕동 180-372 일원)가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구교기 봉표처는 1821년 편찬된 건릉지 ‘능원침내금양전도(陵園寢內禁養全圖)’에 표시된 5개 혈자리중 하나이며 나머지는 원침(융릉), 능침(건릉), 구능기, 용주사 뒤 봉표처 등이다.

최근 A사가 이곳 정상(해발 78m) 1만여㎡에 산성을 쌓듯 옹벽을 설치해서 송두리째 공장을 짓겠다며 화성시에 공장설립승인을 신청한 뒤 불승인되자 곧바로 경기도에 행정심판을 제기해 귀추가 주목된다.

A사는 자연녹지인 안산의 산꼭대기 9천990㎡에 공장부지를 조성하고 공장 건축물 최대 높이 15m, 산정상 주변둘레 247m에 높이 3m짜리 공작물(옹벽)을 설치하겠다며 개발행위를 신청했다.

그러나 화성시는 공장 신청지가 융건릉의 5개 혈자리 중 하나인 구교기 봉표처에 해당돼 역사적 문화적 향토적 가치 등에 따른 원형보전이 필요하고 정상부가 훼손될 경우 주변 환경이나 조망경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인접 산지 추가개발 및 잠식 우려가 높다며 부결 처리했다.

시는 또 진입도로 급경사 형성으로 사고위험이 높은 데다 주민 산책 및 휴식공간 훼손, 문화적 가치보존 필요성을 내세워 불승인했다.

이와 관련 화성시 관계자는 “풍수지리학적으로 정조대왕이 사도세자(장조)의 비바람을 막아주는 안산에 자신의 묘를 만들어 아버지를 문안하려 했던 곳으로 역사적으로 이 일대가 왕실터”라며 “조선조 말기까지 감독관을 두고 융건릉 주변 지역을 국가가 관리했는데 해방 후 도로가 뚫리고 융건릉을 제외한 나머지는 개인에게 불하되면서 주변 일대가 난개발로 훼손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지난 1998년에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용주사와 융건릉 주변 지역을 ‘화성 태안3택지개발지구’로 지정하고 개발 중 1800년에 조성된 정조대왕 초장지 재실터 건물지 등이 확인되면서 17년째 공사가 중단돼 있다.

화성/김학석기자 mar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