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보더라도 똑같은 제품이 단 몇 달만에 경쟁사에서 출시됐습니다. 음향설계와 디자인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했는데 이같은 복제본이 30% 이상 저가로 출시되니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일산의 스피커 제조업체인 B사는 최근 신제품 디자인 유출로 큰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5월 출시한 PC용 스피커가 몇 개월만에 디자인이 거의 똑같은 제품을 경쟁사에서 시판했기 때문이다.

조사결과 이 업체의 상품이 중국으로 유출된 뒤 디자인을 도용한 제품이 만들어진 것을 경쟁사에서 수입,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쟁사는 “단지 중국제품을 수입했을 뿐”이라고 발뺌해 결국 수입을 중단해 달라는 협조공문만 발송할 뿐 특별히 대응을 못하고 있다.

이처럼 중소벤처기업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핵심기술이나 디자인이 줄줄이 유출되면서 막대한 개발비용을 투입한 업체들이 보안유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벤처기업이 밀집한 경기도의 경우 절반 이상의 업체들이 산업기밀정보 유출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되는 등 업체들마다 심각한 보안문제를 안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지방중소기업청이 5일 발표한 '산업기밀 유출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50여개 설문응답기업의 51.9%가 핵심기술 유출 등으로 시장점유율 하락이나 매출감소 등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들은 특히 보안유지를 위해 입사시 비밀엄수 계약(70.6%)이나 거래업체와의 비밀유지계약(65.9%) 등을 진행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퇴직사원을 통한 기밀유출(66%) 등에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실정이다.

또한 응답업체 중 82.7%가 중국이 정보 누출을 가장 위협하고 있다고 밝혀 최근 불거지고 있는 중국을 통한 핵심기술 유출에도 심각한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중국으로 진출한 김포의 화학제품 제조업체 샤인업 김인규 대표는 “상당수의 한국업체들이 중국진출 한두 달만에 핵심기술이 유출, 중국산 유사제품이 생산돼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핵심기술을 중국으로 가져가는 기업들은 망하려고 작정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