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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사우디 왕조의 봉건 권위의식이 너무 고루(固陋)한 탓 아닐까. 반체제 인사 47명을 하루에 처형한 것도 그렇고 첨예한 대립과 갈등의 역사가 유구한데도 반대파―시아파 지도자 니므르 알 니므르(Nimr al Nimr)까지 죽인 이유가 뭔가. 그가 사우디 정부를 계속 비난한 데다 종교분쟁을 선동 교사한 죄라는 거다. 그런데 사우디는 그의 처형 후폭풍을 예측 못 했을까 예상하고도 그랬던 건가. 아무튼 신중치 못했다. 친(親) 사우디의 미국까지도 즉각 국무성 성명을 통해 ‘사우디는 인권과 평화적인 반대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신을 모독한 시를 썼다는 이유로 시인에게도 사형판결을 한 나라가 사우디다. ‘사우디 출생의 팔레스타인 시인 아슈라프 파야드(35)가 알라신과 선지자 무함마드, 성전 코란을 모욕하는 시를 썼다는 게 이유’라고 작년 11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HRW)의 증언이었다.

사우디는 수니(Sunni)파, 이란은 시아(Shiah)파 국가다. 그런 이슬람교도 분파는 장장 1천400년 전부터다. 무함마드가 아들(후계자) 없이 죽자 시아파는 그의 사위인 알리(Ali)를 후계자인 칼리프(Caliph)로 추대한 반면 수니파는 무함마드의 오른팔이자 친구인 아부바크르(Abū Bakr)를 추대, 대립 끝에 후자가 초대 칼리프가 되면서 끝없는 종파 갈등의 역사는 비롯됐다. 사우디 쪽 수니파가 80~90%로 수적으로 우세지만 종파 갈등, 전쟁이란 그만큼 무섭다. 예수교와 이슬람교가 벌인 대 전쟁사, 이른바 십자군전쟁으로 불리는 11~13세기 7차례의 대전만 해도 끔찍했고 16~17세기 로마 교황의 묵인으로 자행된 10만 이단자 마녀사냥도 그랬다. 이슬람교 배교자(背敎者)는 지금도 사형이다.

중동대전으로 번질지도 모를 사우디와 이란 두 맹주(盟主)의 자제가 절실하다. 타 종파 지도자 사형집행도 그랬지만 이란 측의 사우디 대사관 방화도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터부의 폭거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사우드(Saud)왕이 세습적으로 지배하는 아라비아’라는 뜻이다. 작년에야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한 봉건적인 사우디! 사우디 남성들의 그 권위적인 흰 두건인 케피예(Keffiyeh)부터 벗어 던질 수는 없을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