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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돈 수원시 자원순환과장
오늘도 미세먼지로 인해 시내는 회색도시로 변했다. 엘니뇨 현상과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추위가 없는 겨울이 못내 아쉽기도 하다.

청소 업무를 담당하는 우리 부서엔 업무 시작 전 걸려온 고함전화에 짜증부터 난다. "우리 집 앞 쓰레기 왜 안 치워가요." 편치 않은 마음을 가다듬고 하루의 업무를 시작한다.

필자가 청소 업무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쓰레기 번지 찾기를 할 때부터다. 수원시가 2002년 월드컵 개최 도시로 확정되어 성공대회로 치르기 위해 도심의 환경정비가 시작되었다. 때마침 2000년 4월부터 수원시 소각장(자원회수시설)이 가동될 무렵이었다. 생활쓰레기를 수도권 매립지로 보내던 시대를 마감하고 소각으로 전환하는 감격의 순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소각장 가동은 처음으로 청소를 담당하던 당시 팀장이었던 필자의 인내를 시험하고 어떠한 역경도 헤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계기도 되었다. 간접영향권 내의 주민지원협의체 감시는 철저히 했고 소각장의 기준을 어겨 재활용품이 조금이라도 섞이면 반입정지를 시켰으며 이 같은 조치로 시청 주변 중심 상가 일대는 무려 한달 동안 반입을 정지 시킨 적도 있다. 돌이켜 보면 매정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철저한 감시체계 덕분에 소각장이 현재까지 건재한 것이라 믿는다.

작년 한 해도 "쓰레기는 자원이다!"를 외치며 생활쓰레기와 2차 전쟁을 치르면서 예상배출량 대비 무려 1만900톤을 줄였다. 이것은 125만 수원시민이 보여준 알뜰정신과 의지라고 믿으며 지면을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연초부터 공공기관 쓰레기 실명제를 실시해 시 산하기관이 쓰레기 감량에 솔선수범하도록 동참을 유도했으며, 재활용품 혼합 배출 시 적발부서를 내부게시판에 공개 했다.

환경미화원이 사용한 공공용 봉투에는 사용자 이름을 기재해 배출하도록 하였고, 구별 1개 동씩 지정해 쓰레기 감량 클린마을을 시범운영해 재활용품 분리배출 정착과 무단투기를 방지해 깨끗한 도시환경을 조성했다. 주택·영세음식점에서 일반쓰레기와 혼합 수거해 소각처리 하던 음식물쓰레기를 분리수거해 퇴비화하는 재활용 시책을 펼쳤다.

또한 시민이 쓰레기 감량 실천과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수기 및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해 실천수기 5명, 아이디어 분야 5명을 선정해 시상했으며, 각 동별 자원회수시설에 반입되는 쓰레기의 성상을 알아보려고 주민참여 샘플링을 연중 실시해 가정에서부터 쓰레기를 줄일 수 있도록 홍보활동도 했다.

"쓰레기는 자원이다!"라고 외친 일 년, 사실 자원이란 우리에게 활용가치가 있고 희소성이 있을 때 더욱 가치가 있다. 현대 사회는 물질적 풍요로 생활물품이나 음식재료를 흥청망청 쓰고 있어 많은 양의 쓰레기를 발생시킨다. 자원이 부족하다고 느꼈을 때는 이미 사회적 손실을 많이 겪은 후일 것이다. 사실 재활용품을 제외하면 생활 쓰레기 발생은 극히 미미할 것이며, 재활용품은 결국 자원으로 돌아온다.

시간은 두루마리 화장지와 같다고 한다. 갈수록 속도가 빨라지는 현상이 서로 닮았기 때문이다. 긴 겨울이 지나면 새 봄이 우리 곁에 다가와 연한 새싹으로 물들 것이다. 올해도 쓰레기와의 3차 전쟁을 준비하면서 감량에 대한 시민의 강한 의지로 2만톤을 줄이는 목표를 세우려 한다.

쓰레기를 줄여 자원을 만들고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후손에게 고스란히 물려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며, '2016 수원화성 방문의 해'에 125만 수원시민의 성숙함을 보여줄 것을 당부드린다.

/김영돈 수원시 자원순환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