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배다른 형제 유치원·어린이집 '한집 살림' 막장드라마

소관 다른 두시설 과정 통합
비용은 재정난 교육청 부담
교육감 "대통령 공약 책임을"
정부 "비용지원 할만큼 했다"
지방의회도 갈등 끝에 '마비'


수도권 전역의 '보육대란' 위기를 불러온 누리과정 논란의 골자는 '누가 비용을 부담하느냐'는 것이다. 법적으로 유치원만 담당하는 지방교육청에 어린이집에 대한 비용까지 부담토록 한 게 논란의 출발점이 됐다.

정부는 "필요한 비용을 충분히 지원했으니 지방교육청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지방교육청은 "교육청 재정이 열악한 데다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니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치열한 다툼 속 지원이 끊겨 돌연 1달에 29만원을 부담할 처지인 학부모들만 울상이다.

■ 누리과정 논란, 왜?

누리과정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다니는 만 3~5세 아동에게 공통적으로 제공되는 통합 교육·보육과정을 일컫는 말이다.

유치원은 교육부·지방교육청이,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지방자치단체가 소관하면서 서로 가르치는 내용이 달라, 아동이 유치원과 어린이집 어느 곳에 다니든 공통된 내용을 교육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지난 2012년부터 시행한 것이다.

2012년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의 '국가책임 보육체제 구축 및 5세까지 맞춤형 무상보육 실시' 공약과 맞닿아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과정은 통합했지만 비용부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일선 교육청이 "어린이집은 교육청이 소관하는 기관이 아니다"며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비를 반영하기 어렵다고 주장하자, 정부는 지난해 10월 국무회의에서 유치원이건 어린이집이건 누리과정 지원비는 교육청이 부담하도록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올해 예산안에 아예 어린이집 누리과정 비용을 편성하지 않는 것으로 맞불을 놨다. 정부와 지방교육청 간 갈등이 본격화된 것도 이때부터다.

■ 누리과정 여야 정치권 다툼으로…학부모들 '아이들 볼모로 삼는다' 분통

예산안을 심의하는 지방의회는 여야 다툼 끝에 제각각 결론을 냈다. 인천시의회는 당초 유치원에 대해서만 1년치가 편성됐던 누리과정 예산을 6개월씩 나눠 유치원과 어린이집 모두에 반영했다. 반대로 경기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생각대로 유치원 누리과정 지원비 역시 전액 삭감키로 했다.

정반대의 결정을 내렸지만 두 지자체 모두 누리과정 문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은 시의회가 임의대로 어린이집 지원비를 반영했다며 재의를 요구했다. 같은 내용으로 재의결되면 대법원에 제소한다는 방침인데, 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집행 여부는 불투명해진다.

경기도 역시 오는 13일 도의회 임시회에서 유치원·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이 '0원'으로 최종 확정되면 올해 누리과정 지원이 불발된다. 아이를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보내려면 1달에 많게는 29만원을 더 부담해야 할 처지인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4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인천의 김주현(34·여)씨는 "누리과정 예산지원이 되지 않으면 20여만원 더 내야 한다고 들었는데, 더 부담한다고 생각하니 불안한 마음이 크다"며 "아이들 키우는 문제로 정치화하는 게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기정·김주엽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