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가 가득차 앞이 보이지 않아. 숨을 쉴 수도 없어.”

12일 새벽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2가 M고시원 화재로 숨진 우모(22·여)씨가 화염과 시커먼 연기에 휩싸인 2평 남짓한 좁은 방에서 침대밑으로 쓰러지며 남자 친구와 마지막 나눈 휴대폰 대화내용이다.

깊은 잠에 빠져 있던 우씨는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이미 방안을 삼켜버린 시커먼 연기에 갇혀 밖으로 나갈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침대밑으로 몸을 낮췄고, 이내 숨이 끊어졌다.

경찰 조사결과 우씨는 이날 새 직장에 첫 출근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변을 당해 주위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우씨는 지난 2000년 8월 고향(주문진)을 떠나 직장생활을 하다 지난해 8월께 수원에 와 고시원에 머물면서 12월 S전자 생산직 채용시험에 합격했다.
우씨의 남동생(20)은 “누나가 새 직장을 구해 가족들이 기뻐했다”며 “아침에 사고소식을 듣고 믿어지지 않았다”고 울먹였다. 동수원병원 우씨의 빈소에서는 날벼락같은 소식을 듣고 달려온 부모와 형제들의 통곡이 종일 계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