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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왜 외롭지 않겠는가
올해나 작년에 다녀간 식솔들의 흔적위에서
혹한을 견디는 일

맨살로 얼다 녹으며 세상 건너가는 나의 계절은
힘줄 만큼이나 질긴 것이네

살갗을 찌르는 동해의 바람
드디어는 조금도 아프지 않네

박일만(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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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치열하게 산다는 것은 삶의 현장에서 자신을 온전히 걸어놓는 일이다. 언제 추락할 줄 모르는 곳에 인생을 매달고 인내해야 하는 역경은 누구에게나 녹록지 않다. 마치 추위에 온몸을 걸어놓은 명태와 같은 세월을 보내는 것이다. "왜 외롭지 않겠는가"라는 명태의 독백은 "혹한을 견디는 일"을 감당하고 있는 현대인을 대변해 준다. 혹독한 세상의 허공에 육체를 펼치고 "맨살로 얼다 녹으며"를 반복하는 일상성의 날이미지를 통해 고투하는 현실에의 '힘줄 만큼이나 질긴' 풍경을 건져 올린다. 또한 '살갗을 찌르는' 고통 속에서도 그 아픔을 "조금도 아프지 않네"라는 아이러니를 보면서 비극을 미학적으로 승화시키는 깨달음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