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신당을 추진 중인 세력들이 10일 경쟁하듯 창당발기인대회·서울시당 창당대회 등을 열고 창당 작업에 속도를 냈다.

대체적으로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이들은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 창당이전부터 세를 키우기 위한 통합에 나서고 있다.

또 세력이 가장 강한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 당'(가칭)의 경우 인재 영입에 허점을 드러내면서 벌써 안 의원의 측근 그룹과 새로 합류한 현역의원 그룹 간 알력설이 흘러나오는 등 총선을 앞두고 혼미상태에 빠진 야권지형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천정배 의원이 이끄는 '국민회의'는 전날 전북도당 창당대회를 가진데 이어 10일에는 서울시당 창당대회를 열었다. 국민회의는 오는 31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갖는다는 계획이다. 천 의원은 서울시당 창당대회에서 "우리는 먼저 무기력한 야권을 전면 재구성해야 한다"며 개혁을 강조했다.

박주선 의원이 추진하는 가칭 '통합신당'도 이날 국회에서 창당발기인대회를 열었다.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선출된 박 의원은 건전한 진보와 합리적 보수가 융합하는 중도개혁 민생정당을 지향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창당 발기인대회를 열었다. 다음달 2일 중앙당 창당을 목표로 하고 있고, '미래를 향한 담대한 변화'를 기치로 내세워 국민의 삶을 중심에 두는 '국민 중심의 정치'를 선언했다.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와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이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았고, 안 의원은 특별한 직책 없이 창당작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현역 의원 중에서는 더민주를 탈당한 안 의원과 김한길 의원을 비롯해 김동철·문병호·유성엽·임내현·황주홍 의원 등 7명이 참여했다.

이중 통합신당과 박준영 전 전남지사가 창당 중인 신민당, 원외정당인 민주당은 총선 전에 통합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이들은 국민회의·국민의당 쪽과 통합을 희망하며 물밑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통합신당 발기인대회에 국민의당 쪽 유성엽 의원이 참석해 이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천정배 의원의 경우 더민주를 탈당한 뒤 국민의당에 합류한 광주지역 의원들을 물갈이 대상으로 보고 대척점에 서 있는 상태다. 국민의당 역시 지난 8일 호남 쪽 전직 장관 및 검사장 출신 인사 3명을 인재라며 영입했다가 과거 비리전력 때문에 발표 3시간만에 이를 취소하면서 경고음이 울렸다.

이들 3명은 탈당파 호남 쪽 의원이 추천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호남권 의원들의 경우 전체 유권자 시선에서는 '물갈이' 대상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아 신당 세력들이 추구하는 '세력화'와 '개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김순기기자 island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