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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는 '젊은 피는 낡은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고 말했고 소크라테스는 '젊어서는 어려워서 손 못 대는 게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젊음은 광기(狂氣)의 일부를 형성한다'는 게 아라비아 속담이다. 우리말에도 배젊고(썩 젊고) 잗젊은(나이보다 젊은) 애송이를 '천둥벌거숭이'라고 한다. 무서운 줄 모르고 주책없이 날뛰는 사람이다. 요한 슈트라우스의 '천둥과 번개 폴카…'가 아니라 진짜 천둥 번개가 치는데도 벌거벗고 나선다는 뜻인지는 몰라도…. 또 나이 어리고 경망한 무리를 '소소리패'라 하고 '조세(蚤歲)'라는 말도 있다. 蚤가 '벼룩 조'자로 벼룩처럼 튀는 나이다. 중국에서도 젊음을 '니엔칭(年輕)'→가벼운 나이라고 한다. 그런데 북한 김정은에겐 이런 따위 말들이 전혀 해당 밖이라는 건가. 그는 이른바 defying age(나이와 싸우는, 나이를 문제 삼지 않는) 중인가.

데니스 맥도너(McDonough)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 비서실장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국제적 왕따를 당할 것"이라고 엊그제 말했다. outcast(왕따)란 연극 영화에서 배역을 얻지 못한 배우를 가리킨다. 쫓겨난, 버림받은, 폐물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outcast 운운'은 늦어도 지나치게 늦은 소리다. 북한 '최고 존엄'에겐 국제적인 아웃사이더니 소외자, 열외자(列外者) 국외자(局外者) 따위 말이 들릴 리 없다. 그는 핵 개발이 자위적 수단이라고 했다. 자위적이라면 미국과 일본 또는 한국이 침공이라도 한다는 소린가. 자위적이 아니라 남침 수단이다. '3년 안에 무력통일을 하겠다'고 호언장담한 게 2013년, 이미 3년 전이기 때문이다. 금년이 적화통일 목표 마지막 해다. 그 소소리패 천둥벌거숭이의 두뇌 구조가 궁금하다. 그야말로 광기의 일부로 형성된 거 아닐까.

'北에는 말릴 사람이 없고 南에는 막을 방법이 없다'는 어제 신문 광고면 문구가 섬뜩하다. '젊은이 망령은 홍두깨로 고친다'고 했다. 그렇다고 맞불 핵개발을 할 수도 없고… 북쪽의 2인자 황병서처럼 60~70대가 32살짜리 슬하에 무릎 꿇고 손바닥으로 입을 가린 채 말하지 않아도 될 세상을 고이 살고 싶다면 대한민국, 눈알이 핑핑 돌도록 정신 차릴 일이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