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교실 찾은 유가족16
세월호 생존학생 졸업식이 열린 12일 오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명예 3학년 교실을 찾은 유가족이 희생 학생의 책상에 앉아 슬픔에 잠겨 있다. /하태황기자 hath@kyeongin.com

'희생자들 잊지말자'는 의미
250송이 장미 나누며 눈시울
유가족들 분향소서 추모행사


"사랑하는 강아, 오늘이 졸업식이구나. 하지만 아들은 친구들과 함께하지 못하네…."

12일 오전 졸업식이 열린 안산 단원고등학교.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故허재강 군의 어머니 양옥자씨는 참사가 없었다면 이날 졸업식을 맞았을 아들을 떠올리며 아들의 빈 책상 위에 놓인 일기장에 슬픔의 메시지를 남겼다.

이날 단원고 대강당에서 세월호 생존학생 75명을 포함한 3학년 86명에 대한 졸업식이 열렸다.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된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강당으로 들어서는 학생들은 대부분이 고개를 떨군 채 덤덤한 표정으로 입장했다.

졸업식은 졸업생과 학부모 등의 반대로 외부인 출입을 제한했다. 이를 위해 학교 측은 '단원고등학교'라고 쓴 비표를 미리 나눠 줘 소지한 학부모 등에 한해 입장을 허용했다. 비공식으로 열린 졸업식은 여느 졸업식과 마찬가지로 졸업장 수여, 재학생 송사, 졸업생 답사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후배들이 "고등학교 3년의 시간이 더 더욱 긴 시간이었을 우리 선배님들, 포기하지 않고 웃음을 잃지 않고 잘 견뎌주셨습니다"라고 축사를 시작하자 곳곳에서 학생·학부모 등이 참았던 눈물을 쏟아 냈다고 전해졌다.

이어 졸업생들은 "말로는 차마 표현할 수 없는 삶의 고난과 역경을 겪었고, 극복하고 성장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눈물을 참아가며 덤덤히 답사를 읽어 내려가자 졸업생들을 위로하는 듯한 분위기로 장내는 차분해졌다.

졸업생들은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한 친구들을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250송이 장미를 3송이씩 나눠 가지기도 했다.

일부 유가족들은 아직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가 있는데 진행된 졸업식에 유감을 표했다. 故이창현 군의 아버지 이남석씨는 "모두가 돌아온 뒤에 졸업식을 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날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은 대부분의 희생학생 유가족들은 졸업식이 끝난 낮 12시부터 안산시 화랑 유원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추모 행사를 가졌다. 추모식에서 유가족들은 돌아오지 않은 아이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고 슬픔에 이름을 크게 불러보기도 했다.

유가족 40여 명은 추모식이 끝난 뒤 '여전히, 가만히 있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마스크를 쓴 채 단원고로 침묵 행진했다. 30여분 간 행진한 끝에 세월호 희생 학생들이 공부하던 교실에 도착한 유가족들은 먼지가 쌓인 책상 위를 수건으로 닦고는 국화 한 송이씩을 놓아두었다.

/김환기·신지영 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