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평론가들 뚜렷한 정치색 띠며 '입담 과시'
정치발판의 수단 삼으려는 사람들 점점 많아져
개국 5년째… 출연진 이력제 못할것도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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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재 논설위원
종합편성채널, 즉 종편이란 뉴스·드라마·교양·오락·스포츠 등 모든 장르를 방송하는 채널을 가리킨다. 지금 대한민국은 종편 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영향력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2011년 12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4개의 종편이 출범할 때만 해도 종편이 이렇게 성공을 거둘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막강한 자금력과 오랜 연륜의 지상파 방송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대부분의 종편들이 적자에 시달렸다. 그러나 2012년 대통령 선거는 종편에 도약(?)할 수 있는 기회였다. 돈 적게 들이고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쏟아졌다. 시사 뉴스 프로그램은 제격이었다. 시청률도 잘 나왔다. 출연진 몇 명이 나와 하루 종일 정치얘기만 하면 되니 제작하기도 편했고 비용도 저렴했다.

종편들이 개국할 당시 대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컸던 시기다. 그러다 보니 듣지도, 본적도 없던 사람들이 '정치평론가'라는 이름을 달고 종편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국민들은 이들이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정치평론가라고 생각했다. 대학교수들도 마찬가지였다. 학자라는 신분 때문에 처음엔 신뢰가 갔지만 그들이 '정치교수'라는 것이 밝혀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특정인과 특정정당을 노골적으로 지지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4개 종편을 돌아다니며 출연하는 20~30명의 소위 정치 평론가들이 점점 뚜렷한 정치색을 갖고 특정인과 특정 정당을 지지하기 시작했다. 중립적 시각에서 정치판을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사사로운 감정이 개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도 이런 경향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사주의 입장에 따라, 프로그램 제작진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여전히 존재한다. 또한 출연진들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고 있음에도 이들의 이력을 제대로 밝히는 경우는 드물다. 야당에 우호적으로 발언하는 평론가의 이력을 보면 한때 야당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냈거나 야당과 관계가 있는 일을 했던 사람인 경우가 많다. 물론 여당 지지 평론가도 마찬가지다. 하도 교묘해서 종편사용설명서가 필요할 정도다. 그런데 학습효과때문인지 시청자들이 출연진의 정치적 성향을 다 꿰고 있다. 그래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평론가들의 얘기만을 듣는 경우가 다반사다. 인간은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는 심리를 갖고 있다.

올해는 종편들이 개국 5년째를 맞는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질을 보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여전히 돈 적게 들이고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시사 뉴스 프로가 홍수를 이룬다. 국민의당이 총선 3개월을 남겨 놓고 정당을 급조해 총선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종편 덕분이다. 종편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루 종일 시사뉴스프로그램을 내보내는 종편이야말로 홍보 수단으로는 최고이기 때문이다. 권노갑 전 의원의 탈당 기자회견을 생방송으로 내보내는 게 종편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신속성도 좋지만 정보의 과잉은 문제다. 종편 덕분에 우리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너무 높아졌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만나 정치 얘기를 하면 서로 아는 게 많기 때문에 지려고 하지 않는다. 뚜렷한 정치적 신념으로 무장되어 있으니 논쟁으로 번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어른들, 특히 남자들은 삼삼오오 모이면 정치 얘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무슨 얘기를 하나 엿들어 보면 이 아저씨들, 모르는 게 없다. 알아도 너무 많이 안다. 모두 '정치도사'들이다. 종편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종편을 정치 발판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이들이 한 두명이 아니다.

지난 11일 새누리당은 6명의 인재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김무성 대표가 영입 인사를 직접 소개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국민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여섯명 모두 그동안 4개 종합편성채널, 즉 종편 시사 프로그램 단골 출연진들이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종편 개국이래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그래서 최근 국회의원 출마자들은 최소 6개월 전 종편 출연을 금지 시키고, 시사 뉴스프로에 출연하는 패널들의 이력을 반드시 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축산물도 이력제가 있는데 종편 시사 뉴스프로 출연진 이력제를 못할 것도 없지 않은가. 이제 종편은 시청자들이 사용설명서를 들여다보지 않아도 될 개국 5년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영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