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4대강 살리기 사업 진행과정에서 여주시가 남한강 바닥에서 퍼올린 준설토를 판매, 수익을 올리려 했으나 현재까지 팔리지 않고 쌓여 있어 주변 미관을 해치고 모래바람을 생성하는 등 애물단지로 전락,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사진은 남한강에서 퍼올린 준설토가 쌓여 생긴 여주시 흥천면의 인공야산.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여주시, 한때 '로또'로 불린 사업
4대강 사업 준공 4년여 지났지만
순이익 47억… 기대치 2.5% 그쳐
적치장 10여곳 거대 흙더미 방치


여주시는 한때 4대강 살리기 사업 진행과정에서 퍼올린 남한강 준설토를 판매해 1천899억 원의 순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밋빛' 기대가 가득했다. 여주시의 올 한해 살림살이(4천866억여 원)의 39%에 이르는 규모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이 준공된 지 4년 3개월이 지난 현재, 누적된 순이익은 애초 기대치의 2.5%인 47억 원뿐이다.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고 지금도 팔리지 않은 준설토가 군데군데 인공야산을 이루고 있다. 팔리지 않은 이유는 단순히 건설경기 침체 때문만이 아니다. 정확한 원인과 대안 등을 점검해본다. ┃편집자주

18일 오전 여주시 능서면 내양리. 백석교차로에서 지방도 341번을 따라 내양1리 방향으로 1㎞쯤 달리자 초록색 망으로 덮인 높이 20~30m의 거대한 흙더미가 펼쳐졌다. 남한강 바닥에서 퍼올린 준설토를 쌓아 생긴 흙더미지만 군데군데 잡목과 잡풀이 자란 데다 고라니까지 목격돼 마치 '비무장지대'를 연상케 했다.

행정기관에서는 8번 (내양)적치장으로 불리는 이 곳에 쌓인 양만 468만2천253㎥(15t 덤프트럭 약 31만대분)에 이른다고 밝히고 있다. 1㎥ 당 5천800원으로 단순계산해도 282억 원 규모다. 아직 팔리지 않은 여주시내 나머지 10곳 적치장 중 가장 크다. 남한강을 사이에 두고 8번 적치장 맞은 편에는 또 다른 적치창이 길게 들어서 있다.

여주보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남한강을 중심으로 이들 인공야산이 병풍처럼 서 있는데 언제 팔려나갈지 모른다. 평온했던 이 곳에 갑자기 새 찬 칼바람이 불면서 독한 모래바람이 온 동네를 휘감았다.

내양 적치장에서 직선거리로 5.5㎞ 쯤 떨어진 홍천면 계신리 적치장은 둘로 나뉘어 있다. 적치장 일부가 제2영동고속도로 사업구간에 포함되면서 전체 준설토 246만9천408㎥ 중 36만9천㎥만 부분매각돼서다. 주민들은 고속도로 개통 후에도 현재 상태가 유지되면 폭우 때 적치장 붕괴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때 '로또'로까지 불렸던 4대강 준설토 사업이 쪽박을 찼다.

2010년 한 전문기관의 연구용역에서 1천899억 원의 순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됐던 준설토는 현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팔리지 않는 준설토를 활용해 모래썰매장을 만드는 고육책까지 나왔지만 모래 입자가 굵은 탓에 개장조차 못했다.

더 큰 문제는 매년 준설토 관리·운영비용으로 7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데 언제든지 적자로 바뀔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여주시 안팎에서 "본전이면 성공"이라는 자조(自嘲)가 나오는 이유다.

/조영상·김민욱·김연태기자 kmw@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