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대화 중시하는 유대인의
창의성은 '하브루타'에서 나온다
군대조차 장군·사병 토론할 정도
미국에서 성공한 IT 기업들은
직원 개성 매우 중요시하는데
이들이 미래사회 인재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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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흑백사진에는 단순하면서도 은은한 맛이 있다. 그러나 컬러사진에 완전히 밀려나 보기 힘들게 된 데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한계 때문이다. 컬러사진은 여러 색의 조화를 통해서 세상의 참모습을 그려낸다. 사람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싶어하기 때문에 컬러사진을 더 좋아한다. 흑백사진과 컬러사진을 굳이 문화에 비교한다면, 아마 흑백문화와 컬러문화가 될 것이다. 흑백문화는 모든 것은 예스(Yes)와 노(No)로 구분하는 문화, 컬러문화는 여러 색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연초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든 것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회사 등산대회에 참가했다가 숨진 한 회사원에 대한 서글픈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산행의 강제성이 없었다고 하지만, 유가족과 동료들은 사실상 강제적이었다고 주장한다. 회사 회장이 직원들의 체력강화를 중시해서 매년 연례행사가 된 산행이고, 불참자는 자비로 높은 봉우리를 등정했다는 인증 샷을 찍어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에는 임직원 500여명이 무박 2일로 이 산을 완주(13㎞)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불참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기업에서는 종종 오너나 CEO의 개인적인 취미나 생각에, 임직원들이 모두 일사불란하게 따라가는 일이 벌어진다. 때로는 여행, 바둑, 독서 등 취미활동도 은연중에 맞춰야 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특히 건강관리는 대의명분이 좋기 때문에 강요되기도 한다. 지금은 많은 건물에서 흡연이 법으로 금지되었지만, 과거에 모 기업은 회장의 지시로 모든 직원이 회사 건물 안팎에서 금연을 해야 했다. 그래서 흡연자들은 회사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가서 담배를 피웠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우리 기업에는 흑백문화가 많이 남아있다. 이는 개인은 물론 우리 기업과 사회에 많은 손실을 가져온다. 구성원의 조직에 대한 불만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적으로 부유해진 사회와 자율적인 교육 문화 속에서 성장한 젊은 세대에게 이런 문화는 비민주적이고, 강압적인 문화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이런 문화가 싫어서 어렵게 취업한 기업을 떠나는 직원들도 나온다.

지난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405개 기업을 조사했더니, 1년 이내에 퇴사한 대졸 신입사원의 비율이 25.2%나 되었다.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는 '조직과 직무적응 실패(47.6%)'이었다고 한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해 입사 1년 이하의 직장인 352명을 조사했더니, 83.8%가 회사를 떠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낮은 연봉 수준'이 가장 많았지만, '열악한 근무환경', '직무와 적성 불일치', '상사, 동료와의 불화' 등 조직문화와 관련된 이유도 매우 많았다. 기업이 신입직원을 선발해서 회사 업무를 교육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그런데 많은 신입직원들이 1년 안에 떠나면, 개인의 재취업 비용과 기업의 교육비용, 사회의 고용불안 비용을 합치면 적지않은 손실이다.

기업은 조직이기 때문에 때로는 흑백문화가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잘 살기 위해서 지향해야 하는 미래문화는 컬러다. 창조경제의 핵심인 창의성은 여러 색이 잘 조화될수록 더 아름다운 컬러문화에서 나온다. 다양성과 자율성이 창의성의 토양이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이질적인 여러 문화가 만날 때 더 커진다. 성공한 벤처기업이 많아 '스타트업' 국가로 유명한 이스라엘은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의 모델이었다. 유대인의 창의성은 '하브루타'에서 나온다. 토론과 대화를 중시하는 교육방법이다. '하브루타'는 유대인의 오랜 전통이다. 사회는 물론, 군대에서도 장군과 사병이 토론을 할 정도다. 다양한 색깔이 모이면 때로는 잡음이 날 수도 있지만, 무색무취보다는 낫다. 그래야 발전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성공한 IT기업들은 직원의 개성을 매우 중시한다. 다양성이 특징인 미래사회에서는 이런 직원들이 인재이기 때문이다. 컬러사진이 새삼 아름답게 느껴진다.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