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시민단체, 언론사가 지역 현안 및 시민 의견 수렴을 통한 정책선거 운동에 적극적이고 공정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정책선거 운동(매니페스토)이 영국은 정당 중심으로, 일본은 후보자 중심으로 발전된 데 비해 우리나라는 시민단체·언론사가 앞장서 선거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운동의 일환으로 출발했다. 다수의 시민단체·언론사 등이 정당·후보자의 공약 이행 상황, 후보자의 자질 등에 관해 평가함으로써 국민의 많은 관심을 이끌어 냈다. 각 정당과 후보자, 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공약 사항 등을 상시로 유권자에게 알리고 있기는 하지만 무소속이나 정치 신인, 소수 정당 등은 사실 접근성이 떨어지고 여러 정당이나 후보자의 정책 등을 비교 평가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와 언론사 등의 역할이 필요한 이유다. 선거에서 시민단체 등의 역할은 정당·후보자가 실현 가능한 공약을 제시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며, 선거 후에는 제시된 공약을 얼마나 충실히 이행했는지 감시하고 평가하는 등 책임 정치를 실현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에 있어 공정성과 객관성은 가장 중요한 가치다. 이것이 담보될 때 시민단체 등은 자신의 활동에 대한 권위와 신뢰를 가질 수 있다. 결국 정책선거 실현은 유권자의 의식이 결정하는 것이다. 유권자가 투표로 정책을 선택할 때 정당·후보자는 진정성 있고 실현 가능한 정책을 내세울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 있어 시민단체·언론사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자리에 주인이 있다지만 그 자리의 주인을 정하는 것은 결국 유권자다. 후보자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 그 정책이 선심성 사업은 아닌지 살피는 일이 다소 수고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수고가 작게는 취업이나 임금, 교육과 교통 등 내 문제의 해결에 첫걸음이 될 것이며 크게는 국가 발전과 정책선거문화의 바탕이 될 것이다. 정당, 후보자, 유권자 그리고 시민단체, 언론사 등 여러 참여 주체가 역할을 다할 때 국민 화합을 이루는 선진 선거환경을 만들 수 있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시민단체·언론사 등이 보여줄 활동과 역할을 기대해본다.
/정효채 의정부시 선관委 위원장·의정부지법 수석부장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