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공동체 구성등 지자체 재정지원 뒷받침돼야
ICT·BT접목 고부가가치 농업정책 집중 필요
세계20% '할랄시장'·中 농식품수출 확대도 과제

원욱희
원욱희 경기도의회 농정해양위원장(새·여주1)
지난해는 우리 농업인에게 유난히도 길고 힘든 시간이었다. 예상치 못한 긴 가뭄으로 인해 바짝 말라버린 논바닥에서는 농작물들이 힘없이 쓰러졌다. 특히 경기지역의 강수량은 기상 관측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며 농업인들의 애를 태웠다. 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까지 겹치면서 농산물 생산과 소비까지 타격을 입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농업인들은 '대풍'을 맞았지만 또 한번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경기 침체의 그늘 속에 쌀 수요가 공급을 쫓아가지 못하면서 쌀값이 전년보다 10% 더 낮은 선에서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농산물 소비 위축을 불러올 김영란법 시행, 농촌 고령화와 구제역을 비롯한 악성 가축 전염병 문제 등 첩첩산중이다. 지난해 12월 발효된 한·중 FTA로 인해 한국 농업은 사실상 완전 개방 체제로 돌입한다. 정부가 참여 의사를 밝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중국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의 '메가 FTA'가 발효될 경우 상상을 뛰어넘는 파장이 우려된다. TPP의 경제 규모는 전 세계 GDP의 40%, 교역량의 2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쌀, 쇠고기, 동식물 위생·검역(SPS) 등에서 상당한 피해가 예상돼 농업인들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될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 일본이 쌀 시장을 한미 FTA보다 높은 수준으로 개방한 것으로 알려져 우리가 TPP에 가입할 경우 지금보다 더 큰 시장 개방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쌀 농사를 포기할 수는 없다. 봄이 오면 논과 밭에 씨앗을 뿌리듯이 또다시 일어나 희망의 싹을 일궈내야 한다. 지혜롭고 민첩하게 더불어 살아가는 원숭이처럼 우리 농업계가 똘똘 뭉쳐야 한다. 아프리카 격언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위기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 농업인들이 서로 힘을 모아야 한다. 농촌공동체를 구성하고 활성화시켜야 하는 이유다.

정부 역시 '농업의 미래성장 생명산업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간의 실패와 과오를 통렬하게 반성하고 쇄신해야 한다. 나아가 규모화·전문화·효율화 중심 농업에서 벗어나 협동과 연대, 생태적 가치를 중시하는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소비자의 신뢰를 쌓는데도 한층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농업을 위해서는 중앙정부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의 아낌없는 성원과 재정적 지원 또한 뒷받침돼야 한다. 농업이 국민 모두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는 중요한 위치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 농업의 미래를 여는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생명공학기술(BT)을 접목한 스마트 팜 등 우리 농업의 고부가가치 산업화에 정책을 집중해야 한다.

또한 6차 산업화를 통한 소규모 창업 지원으로 농가 소득 향상에도 힘써야 한다. 농산물의 단순 재배에서 벗어나 관광 산업의 연계로 농업 경영의 다각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아울러 기업과 농업의 상생 협력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고 대기업과 농업·농촌이 상생하는 농촌 복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소비 시장을 국내에만 한정하지 않고 세계 시장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할랄 시장과 중국에 농식품 수출을 확대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가 말한 것처럼 농업은 미래에 가장 수익성 높은 생명산업이다. '붉은 원숭이해' 모든 농업인들의 가슴에 간직된 소중한 꿈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원욱희 경기도의회 농정해양위원장(새·여주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