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연인으로부터 이별을 통보받고 분에 이기지 못해 저지르는 범죄, 즉 '이별범죄'가 크게 늘었다. 그러다보니 데이트 폭력이나 이별 보복 범죄를 당하지 않고, 탈 없이 헤어지는 '안전이별'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최근 온라인 사이트에서 확산되고 있는 '안전 이별법'은 이렇다. 1. 갑자기 통보식으로 이별을 고하지 마라 2. 애인이 욱하는 성격이라면 돈을 빌려달라고 조르면서 관계를 정리하라 3.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장소에서 이별을 통보하라 4. 부모나 동생 등 가족이 중병에 걸려 간호해야 한다는 핑계를 대고 연락을 끊어라 등등. 웃기지만 이게 오늘의 슬픈 현실이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0~2014년) 애인관계에 의한 폭행·상해·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강간·강제추행, 살인미수 등 5개 범죄 피해자의 수는 3만6천362명으로 집계됐다. 한 해 평균 7천272건의 범죄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연인으로부터 살해당한 사람은 같은 기간 290명에 달했다. 살인미수 피해자 수는 2012년 53명, 2013년 58명, 2014년 64명으로 매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때는 죽고 못살 정도로 사랑했던 사이였을 텐데 헤어지는 순간이 다가오면서 '이별 방법'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최근 한 결혼정보회사가 20~30대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2030 세대의 이별 방식'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미혼남녀 44.2% 이상이 '가장 선호하는 이별 통보의 방법'으로 '카톡 혹은 문자메시지'를 꼽았다. 이들은 "연인 사이에 가장 익숙한 연락 수단이 카톡이고, 글자로 이별을 통보하면 미안함도 적다"며 "감정에 흔들리는 등의 변수가 생기지도 않는다"를 꼽았다. '카톡'이 자신의 감정 상태와 이별을 결정한 이유 등을 가장 명확하게 전달하기에 적합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이별 통보를 받은 시인이 있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란 시를 쓰는 것. "사라지는 이의 서러운 모습은 나의 고달픈 호흡안에 잦아든다./가고 가면 돌아설 곳이 없어 지구가 둥글다는 것도 운명이어라./저승에서라도 다시 만나지 말자.(趙芝薰 '편지'중)" '죽어서라도 다시 만나지 말자'가 이별 통보 여인에게 시인이 할 수 있었던 가장 심한 저주였던 것이다. 세태가 참 많이 변했다.
/이영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