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노력없이 진영 논리에 빠져
정치적 의사 결정한다면
성숙한 유권자 자세 아니다
검은 유혹·극단적 사고서 벗어나
밝고 건강한 사회 지켜나갈
후보자 선택위해 관심 기울여야


이헌제사진
이헌제 용인시수지구선관위 위원
자정이 가까운 시간 리모컨으로 TV를 켜니 성룡이 나오는 영화가 방송되고 있었다. 최근 엄청난 흥행몰이를 했던 '응답하라 1988(응팔)'의 배경 세대인 80·90년대 세대에게 성룡은 쿵푸 영화의 대명사로 인식돼있다. 그런데 성룡은 혁명복을 입은 '황싱'으로 등장하고 있었다. 아! 성룡이 이런 영화도 찍었구나. 영화 '신해혁명'이었다. 신해혁명 이전 실패한 봉기들에 대한 이야기와 1911년 10월 10일 한 병사의 총성으로 시작된 우창 봉기를 시발점으로 1912년 1월 중화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고 쑨원이 임시 정부의 대총통이 되기까지, 영화는 신해혁명과 그 이전의 역사를 박진감 있게 담고 있었다. 황제로부터 주권을 쟁취하기 위해 수많은 혁명가들이 목숨을 바쳐야 했던 이야기가 군부 세력의 탄압에 맞서 국민의 손으로 위정자를 선출할 수 있는 권리를 어렵게 되찾은 6월 항쟁을 닮아 있어 2시간 동안 몰입해서 영화를 봤다.

그렇다. 지금은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지만 투표권을 되찾은 것은 불과 30년 전의 일이고 그 권리를 얻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걸었을 만큼 투표권은 고귀한 가치를 가진다. 그런데 과연 힘겹게 쟁취한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지지하는 후보자가 없다는 이유로 투표소에 가지 않은 적은 없는가. 단지 생각하기 싫고 귀찮아서 투표소에 가기 싫은 것이면서 "난 정치에 관심이 없어" "다 그게 그것 같아서 누가 되든 상관없어" "투표를 안 하는 것도 정치적 의사표현이야"라는 등 핑계를 대본 적은 없는가. 내 정치적 의사는 확실해서 공약을 살펴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고 선거 홍보 책자를 휴지통에 버린 후 '묻지마 투표'를 한 적은 없는가.

총선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4년간 정치적인 사건이 있을 때마다 여·야는 국민이 심판해 줄 것이라고 하면서 '국민'만을 외쳐왔다. 이제 바로 그 국민이 심판 할 때다.

약간 멀게는 세월호 사건, 가깝게는 국정교과서 채택 문제, 일본과의 위안부 협상 문제 등 쟁점 현안에 대한 보수와 진보, 세대 간의 갈등으로 더 이상 옳고 그름의 문제로 접근하기 어려운 실정에 이르렀다.

과거 영·호남으로 갈린 지역주의와는 또 다른 국면이다. 유권자들이 아무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진영 논리에 빠져 정치적 의사를 결정한다면 성숙한 국민의 자세가 아니다. 민주 국가의 국민으로서 이행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후보자의 공약을 확인하고 국회 홈페이지를 통해 후보자의 의정 활동 기록 및 과거 선거에서 후보자의 공약 실천율을 따져보고 선거 방송 토론을 통해 후보자의 연설을 들어보는 등 수집 가능한 모든 정보를 분석해 본 후 금권 선거 등 불법적인 행태나 진영 논리에 사로잡히지 않고 정치적 의사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후보자들 역시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흑색선전 및 해묵은 진영 논리에 기대 당선을 노리지 말고 자신의 정치적 신념이 담긴 차별화 된 공약을 통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으려고 해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흘린 피의 역사를 생각한다면 주권 행사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귀와 눈을 멀게 하는 검은 유혹과 극단의 사고 틀에서 벗어나 사회를 보다 밝고 건강하게 지켜나갈 후보자를 선택하기 위해 최소한의 관심과 노력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헌제 용인시수지구선관위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