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대란

'대한'인 21일 경기도청 앞은 곳곳에서 몰려온 유치원 관계자들의 탄성(歎聲)으로 들끓었다. 일선 교사들에게 월급을 지급하는 20일이 지나도록 누리과정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발만 동동 구르다 차가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속이 타들어가긴 마찬가지인 학부모들도 무리에 섞여 있었다.

모두 "아이들을 볼모로 삼지 말라"고 한 목소리로 외쳤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경기도지회 소속 유치원 관계자 700여명은 이날 오전 9시부터 도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벌였다. 지난 20일부로 보육대란이 현실화(경인일보 1월21일자 1면 보도)되자 성난 유치원 관계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모여든 것이다.

이들은 누리과정비가 지원될 때까지 유치원을 쉬겠다는 원아들이 늘고, 교사들은 월급을 못 받을까 불안에 떨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유치원 원장은 "돈을 더 내야 하면 유치원을 쉬겠다는 학부모들이 많아 차마 못 받은 누리과정비를 학부모에게 청구할 수가 없었다"며 "이대로라면 교사들 월급도 못줄 처지라, 생계 걱정에 불안해 하는 교사들을 보면 마음이 미어진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유치원 관계자도 "아이들은 빠져 나가고 운영도 막막한데, 할 수 있는 게 집회에 나오는 것 뿐이라 화가 난다"고 했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 남모씨도 "우리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 받는 교육인데 이마저도 박탈하려는 이유가 뭐냐"며 "아이들을 데리고 정치논리로 장난치지 말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규모 집회와 맞물려 도의회에도 심의과정에서 삭감한 누리과정 예산을 다시 반영해달라는 진정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2일부터 이날까지 열흘 동안에만 126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일부 유치원에서는 안내문을 보내 "누리과정비 지원을 못 받으면 가정 경제에도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며 학부모들에게 민원을 제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이날도 기대했던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부산에서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지만 교육청 책임만을 강조해 교육감들로 부터 "뭐하러 왔는지 모르겠다"는 반발만 샀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유치원 관계자들이 추운 날씨에 어떤 심정으로 거리로 나왔는지 잘 알지만, 고통을 분담해 달라고 할 수밖에 없어 마음이 아프다"며 "조속히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기정·전시언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