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에서 어린이집 2개월분의 누리과정 예산을 준예산으로 편성해 집행할 계획이니, 시군별로 누리과정 예산을 집행할지 말지를 알려달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번도 도가 예산을 편성해 집행하면서 시·군에 이를 물은 적이 없었다.
결론만 말하면, 받을 것이다. 2달뿐만 아니라 준다면 나머지 10달도 받을 수 있다. 사실 집행 여부를 결정하라는 경기도의 질문 자체가 난센스다.
도가 누리과정(어린이집 2개월 분)을 준예산으로 편성해 전달하면, 각 시·군은 절차상 당연히 집행 할 수밖에 없다. 지원 절차에 따라 누리과정 예산을 어린이집에 배분하는 기관인 사회보장정보원으로 전달하겠지만, 누리과정 문제는 국가가 해결해야 할 책무다. 지방비 투입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시흥시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아이들과 학부모들 걱정에 긴급히 예산을 편성해 돈을 내려보내겠다면서, 각 시·군에 돈을 받을지, 말지 묻는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국가가 나서서 무상보육을 약속해놓고 책임을 지방으로 떠넘긴 탓에, 부모들은 '애 가진 죄인' 으로, 어린이집은 '돈 달라고 떼쓰는 죄인'으로 만들어 버렸다.
누리과정 예산을 2달간 지원하고 난 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문제는 또 되풀이될 것이다. 허리띠 한번 졸라매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님은 누구나 알고 있다. 보다 나은 해결책을 위해 경기도 31개 시군 시장·군수 회의를 소집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지역의 미래인 아이들'과 '지방자치'를 지켜내기 위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기초·광역·중앙 각각의 정부마다 기능과 역할이 다르고 고유의 사무가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 2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깊은 고민이 부족한 실정이다. 때문에 중앙정부가 주요시책을 결정하고 지방정부는 집행만 하는 하급행정기관 정도로 보는 인식이 여전하다.
누리과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지방자치의 미래는 어두 울 수밖에 없다.
경기도 31개 시군은 단순히 경기도의 2개월 치 누리과정 예산 지원 여부에만 관심을 둘 게 아니라, 함께 머리를 맞대 2개월 후를 대비하고 국가가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도록 촉구해야 한다. 경기도는 더 늦기 전에 31개 시군 시장·군수 회의를 소집해, 상생의 정신에 입각해 지혜를 모으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김윤식 시흥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