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온·만성질환 관리가 가장 중요
동상도 흔히 발생하는데 최근에는 의복·주거·영양 등이 개선돼 예전에 비해선 심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적지 않게 나타난다. 특히 당뇨병, 자가면역질환 또는 연령과 관련돼 말초혈관 및 신경이 약한 경우 자칫 잘못하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이 중 가장 위험한 질환으로 손발의 끝에서 발생하는 '탈저(脫疽)'가 꼽힌다. 이 질환은 당뇨병 혹은 아무런 원인 없이 혈관이 막혀 손이나 발이 괴사되는 것을 의미하며 '버거씨병(Buerger's disease)'이라고도 한다. 주로 손보다는 발에 많이 생긴다.
처음에는 손이나 발이 약간 간지럽고 동시에 통증을 느끼게 되며 발열과 오한을 동반한다. 이후 발가락이 검붉게 변하며 동시에 조그마한 고름이 차오르고, 고름이 터지면서 썩은 고름과 피가 섞인 썩은 냄새가 나는 어혈이 나온다. 출혈이 있는 상처의 구멍 부위가 잘 아물지 않게 되면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발생 당시부터 1~2개월 내에 증상이 급격하게 악화 돼 검붉은 어혈의 범위가 말단에서 몸통쪽으로 확대되며 발목이나 무릎, 혹은 다리전체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한의학적으로 '황제내경(黃帝內經)'의 영추(靈樞) 탈저문(脫疽門)에서는, 풍한습(風寒濕)의 사기(邪氣)에 의해 발병한다고 해서 이 증상에 대해 정확하게 기술했다.
또한 당대(唐代) 손사막(孫思邈)의 천금방(千金方), 명대(明代) 진실공(陳實功)의 외과정종(外科正宗) 등에도 탈저의 원인·증상·치료법·병의 예후에 관해 상세히 설명돼 있다.
외과정종(外科正宗)에 따르면 평소 활동량이 적으며 기름진 음식을 많이 섭취할 경우, 중금속이 들어간 약물을 많이 섭취할 경우, 빈번한 성생활 등의 원인으로 열독(熱毒)이 신장(腎臟)에 응축돼 발생한다.
탈저는 '한성탈저(寒性脫疽)'와 '열성탈저(熱性脫疽)'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한성탈저는 임상적으로 가장 흔하며 평소에 손이나 발이 차갑고 흡연을 많이 하는 사람, 또는 양허의 체질에서 많이 발생한다.
혈중의 냉응단백(cryoglobulin)과도 관련이 있으며 장기간에 걸쳐 천천히 진행된다. 반면 열성탈저(熱性脫疽)의 경우 증상이 급속도로 진행된다.
탈저(脫疽)라고 해도 초기에는 말단이 괴사되거나 하지 않는다. 혈관의 완전폐색 전에는 사지말단의 온도가 저하돼 있고 저린 증상만 있으며 궤양 등이 보이지 않는다. 이 때가 가장 좋은 치료 시기라 볼 수 있다. 보온과 금연, 그리고 이전부터 있었던 만성질환의 관리가 특히 중요하다.
/양주노 수원 경희예당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