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사실상 '백의종군 행보'에 들어갔다.
문 대표의 정식 임기는 27일까지다. 이날 열리는 중앙위원회에서 선거대책위원회가 당과 관련한 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당헌이 개정되면 문 대표는 비로소 대표직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나게 된다. 하지만 문 대표는 이미 '김종인 선거대책위원회'에 모든 권한을 이양하고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문 대표는 이에 맞춰 인재영입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는 지난주 말부터 최대한 낮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 심지어 25일에는 매주 월요일마다 정례적으로 열리는 최고위원회마저 취소했다. 이날 '김종인 선대위' 1차 회의가 열리는 까닭에 언론의 관심이 선대위 회의에 모아질 수 있도록 회의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낮은 자세'는 이날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의 회동에서도 이어졌다. 심 대표의 요청으로 이뤄진 이 회동은 당초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문 대표가 '오해'를 살 수 있다며 공개를 요구했고, 회담 결과를 양당 대변인이 발표했다.
합의문에는 "문재인 대표는 야권혁신과 연대에 대한 그동안의 논의 내용을 김종인 선대위원장께 상세히 설명드리고 후속논의가 잘 이어지도록 할 수 있는 역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한 당직자는 "보통 합의문에는 들어가지 않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라며 "자신은 2선으로 후퇴했고 더민주는 김종인 위원장이 이끌어간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천명한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문 대표는 이에 앞서 지난 23일부터 이틀 동안 광주에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와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등 영입 인사들이 진행한 '더불어콘서트'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문 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난 후 '일반 당원으로 돌아가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뛴다'는 원론적인 계획 외에는 향후 일정을 잡지 않았다.
문 대표 한 측근은 "대표를 맡으면서 워낙 힘드셨는지 좀 쉬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하신다"고 귀띔했다.
/김순기기자 island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