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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광들은 어제 새벽 잠 잘 시간을 뺏겨가며 카타르와의 축구 경기를 봤겠지만 오랜만에 국민 울화통을 일거에 카타르시스 시켜준 통쾌한 승리였다. '카타르시스(katharsis)'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그 유명한 '시학(詩學)'에 나오는 용어로 정화(淨化)라는 뜻이지만 쉽게 말해 몸 안의 불순물을 확 배설한다는 의학적 용어다. 그런데 카타르와의 축구를 본 의학도라면 내심 불안했을지도 모른다. 왜? 다름 아닌 '카타르(catarrh)성 염증'이라는 말이 내내 떠올랐기 때문이다. 머리 속에 생긴 병적인 점액체가 콧구멍이나 입안으로 흘러내리는 카타르 증상 말이다. 1대1로 거의 끝날 때까지 그런 상상으로 불안했겠지만 막판에 3대1로 승리, 세계 최초로 8회 연속 올림픽 축구 출전권을 따낸 거 아닌가. 8회 연속은 브라질, 이탈리아도 달성치 못한 쾌거다. 내친 김에 리우 올림픽에선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성적을 넘어 은메달 쯤 따는 게 어떨까.

카타르에 졌다면 어불성설이다. 아라비아반도 동부 페르시아 만으로 돌출한 땅의 카타르(Qatar, 아랍어로 Daula al-Qatara)는 딱 경기도만한 1만여㎢의 작은 나라로 인구가 180만에 불과하다. 5천만의 한국이 그런 소국에 질 수야 없지 않은가. 하긴 인구 대국 중국과 인도 같은 나라도 축구엔 영 젬병이니까. 그런데 아랍어가 공용어인 이슬람 국가에다 거의가 수니파로 사우디아라비아 편인 카타르는 1인당 GDP가 8만 달러로 카타르 리얄(QR→통화)을 물 쓰듯 하는 세계 3위의 부국이다. 2015년 IMF 기준으로 그렇다. 그건 1930년대에 발견된 석유 자원 덕분이다. 영국의 보호령(保護領)으로 1971년 독립한 나라지만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 강소국(强小國) 대열에 끼는 나라가 카타르다. 인구는 180만 중 4분의 3이 파키스탄 사람이다.

스포츠 열광시대다. 스포츠 중에서도 축구, 답답한 공방 끝에 승패를 가르는 대포알 같은 한 방의 골 위력이야말로 대단하다. 그야말로 10년 체증이 확 뚫리는 통쾌감 아닌가. 올림픽 축구야 다수 종목 중의 하나로 월드컵 축구의 열기엔 못 미치지만 그래도 축구는 축구다. 리우의 쾌거를 기대한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