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 딸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 감금하며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아버지와 계모가 법정에서 학대행위를 모두 시인했다.

27일 인천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신상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아동복지법위반 및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된 학대 아버지 A(32)씨 등 3명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했다.

이날 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한 A씨와 계모 B(35)씨, 동거인 C(34·여)씨는 담담한 표정으로 피고인석에 자리했다. 이들은 주소와 생년월일 등을 묻는 판사의 질문에 들릴 듯 말듯 한 목소리로 짧게 대답했다.

검사는 공소사실을 낭독하는 모두 진술에서 "피고인은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인 양육조차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A씨가 딸에게 신체적 학대를 가한 것 뿐 아니라 가위로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하루 종일 벽을 보고 서 있게 하는 등 정서적 학대를 한 사실도 공개했다.

재판부는 현재 병원에서 퇴원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보호를 받고 있는 학대 소녀의 상태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방청석에 있던 인천남부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병원에 있을 때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증거조사 및 피해자 진술 동영상 시청 과정에서 피해자의 신상정보 공개가 우려된다며 다음 기일부터 재판을 비공개로 속행하기로 했다.

한편, 인천지검은 이번 11살 학대 소녀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사건 수사 매뉴얼을 만들어 검찰 내부망을 통해 전국 일선 검찰청에 배포했다. 매뉴얼에는 아동학대 사건 발생시 초동조치부터 법령 적용, 유관기관 협조, 피해아동 보호 및 치료지원, 재판, 가해 부모의 친권상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됐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