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가게·저렴한 집세 입소문
문화·예술인 둥지 '핫 플레이스'
사람들 몰리자 건물세 상승조짐
지역상인 "대기업 올라" 불안감
인천 중구 신포동 일대가 인천의 문화 중심지로 떠오르면서, 건물 임대료 상승을 감당하지 못하는 예술인·소상공인·원주민 등이 쫓겨나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거리인 홍대·합정, 인사동, 신사동 등은 이미 젠트리피케이션의 역습으로 인해 지역 특성을 잃어가고 있는 가운데 신포동 부동산 경기도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 1시께 찾은 신포동은 갤러리, 소극장, 북카페, 소규모 공방 등 다양한 문화공간 수십 곳으로 골목 곳곳이 북적였다. 일제강점기 때 얼음창고로 쓰이던 건물은 건축가의 작업실 겸 카페로 탈바꿈했으며, 홍예문 가는 길에 있는 리모델링이 한창인 일본식 목조주택은 어떠한 공간으로 변신할지 호기심을 자극했다.
지은 지 수십 년이 지난 단독주택에 현대적인 디자인을 입힌 이탈리아 요리 전문점을 운영하는 함동민(40) 씨는 "인천에서 가장 문화적인 동네이면서 임차료가 저렴해 2년 전 가게를 냈다"며 "아기자기한 문화공간이나 가게들이 입소문을 타면서 서울에서도 많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신포동 일대는 과거 인천에서 상권이 가장 번성한 지역이었지만, 1985년 인천시가 시청사(현 중구청 부지)를 구월동으로 이전하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신포동이 활기를 되찾기 시작한 것은 2009년 창작·전시공간인 인천아트플랫폼이 중구청 인근에 개관한 즈음이다. 이 일대가 인천 문화·예술인들의 활동 근거지가 되면서 문화공간이 속속 생겨나고, 사람들이 점점 몰렸다.
신포동 일대가 소위 '핫플레이스'로 떠오르자 지역 부동산 경기도 꿈틀대기 시작했다.
이 지역 부동산공인중개소들에 따르면 불과 2년 전 3.3㎡당 평균 1천만 원에 미치지 못했던 상가건물 매매가가 현재는 1천200만~1천300만 원을 호가하고 있다. 이마저도 건물을 팔려고 내놓는 건물주가 거의 없다고 한다.
단기적으로는 다음 달 수인선 송도역~인천역 구간 개통, 장기적으로는 내항재개발 등으로 인한 매매가 인상 기대심리가 크기 때문이다.
건물 임대료도 서서히 오르고 있다. 2년 전까지 33㎡ 기준 상가건물 1층 점포 임대료는 평균적으로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30만 원의 가격대를 형성했으나, 현재는 월세가 10만 원 정도 올랐다. 한 공인중개사는 "여러 호재가 작용할 전망이고, 때마침 상권도 살아나고 있어 앞으로 2~3년 사이 임대료가 급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신포동에 새로 둥지를 튼 임차인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갤러리 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한 임차인은 "계약기간이 6개월 남았는데, 분위기상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려달라고 요구할 것이 확실하다"며 "장사가 잘 되더라도, 서울 홍대입구같이 영세한 임차인보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가게를 뺏길까 걱정"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젠트리피케이션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란 저렴한 임대료를 찾는 문화·예술인이 낙후된 구도심에 몰려 관련상권이 활성화된 뒤에 중·상류층이나 거대 상업자본이 유입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는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상권 활성화의 주인공인 문화·예술인, 소상공인, 원주민 등은 타 지역으로 내쫓기게 된다.
1964년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라스(Ruth Glass)가 노동자들이 많이 사는 노후주택지역에 중산층이 이주해 오면서 지역의 구성과 성격이 변하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처음 사용한 용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