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TV 대담·토론회는 각 선거구가 지정하는 지역 방송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후보자들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이 대담·토론회는 후보자들에게 효과적인 정견 발표의 기회를 제공한다. 유권자들은 선거 벽보나 공보, 공개 장소에서의 연설을 제외하고는 후보자들에 관한 정보 획득이 제한적인데 이를 통해 그나마 정보를 획득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후보자를 비교 검증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정보 제공의 장이다. 하지만 현행 대담·토론회는 선거 운동 기간 중에 한정된 개최, 기계적인 시간 배분, 공정성·형평성 시비에 휘말리는 부담을 피하기 위한 논쟁 회피 방식의 진행 등의 문제점이 있다. 정책과 정견에 대한 진지한 대결의 장이 아니라 사소한 잘못이나 사상에 대한 비방과 인신공격의 장이 되는 경향이 있고, 정치를 싸움판으로 만들어 유권자들의 정치적 무관심과 냉소주의를 조장해 결과적으로 유권자들의 합리적 선택을 방해하기도 한다.
이에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만을 종용할 것이 아닌 대담·토론회의 토론 방식에 작지만 중요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토론 방식 소개와 시간 관리에 치중하는 사회자의 역할을 보다 확대해 토론의 방향을 관리토록 할 필요성이 크다. 둘째, TV 중계방송 시간대의 변경이다. 방송사는 낮은 관심과 시청률 등을 내세워 시청할 유권자가 없는 시간에 방송을 해 오히려 시청률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을 하고 있다. 셋째, 토론 내용이 유권자의 의사결정에 유용해야 한다. 토론 주제는 시민단체와 학계, 정당, 법조계 등의 제안을 받아 선정하는데 유권자의 관심에 보다 초점을 맞춰야 한다. 각 정당 간의 정책 차이나 후보자의 공약 차이도 중요하나, 유권자의 알 권리가 보다 우선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더욱 중요한 관건은 후보자들의 토론 준비와 참여다. 제기된 주제에 후보자가 준비된 답변이나 앵무새처럼 말하고 있고, 상대 후보자 비난에 중점을 두는 토론은 유권자가 시청을 외면하게 만들고 토론회의 필요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위와 같은 네 가지 변화가 장기적으로는 정치에 있어 토론문화의 정착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유권자들은 선거 과정(정치 과정) 참여의 폭을 넓히고 후보자들은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인물됨과 능력, 정책과 비전을 알리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대담·토론회가 최근 장안의 화제였던 응답하라 1988처럼 유권자가 기다리는 흥미로운 TV방송 프로그램이 되길 기대해 본다.
/서정미 안양시 만안구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