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시정 합리적 방안 선택해
추진되도록 정책 조율하고
공직자들은 엄격히 관리
문제점 발생땐 즉시 바로 잡아야
부디 인천과 시민들을 위한
새로운 비서실장 모델되길 기대


2016012901002053400106671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왕 실장, 회전문 인사, 특정 지역 챙기기'. 제목만을 보면 청와대 소식 같다. '학연·지연·직급 등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업무 수행능력이다'. 답변 역시 자주 듣던 말이다. 인천의 왕 실장이 논란이다. 당사자인 조동암 비서실장에게는 이런 논란들이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을까.

그는 1975년 공직 생활을 시작하여 인천경제청 차장으로 영예롭게 공직생활을 마쳤다. 그런 그가 다시 복귀하자 억측과 무성한 말의 잔치가 넘쳐난다. 나는 그가 문화관광체육국장으로 일할 때 함께 했다. 그러나 인천유나이티드 FC 대표이사로 간 후 제때에 시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당시 인천 FC의 재정상황 등이 여의치 않다는 이유였지만 그는 억울했을 것이다. 그러나 유정복 시장이 취임하면서 안전행정국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었다.

예상치 못한 비서실장으로의 복귀를 둘러싼 논란을 보면서 원조라 할 수 있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생각했다. 되돌아보니 오래된 인연이 새롭다. 20여년전 장학생 모임의 회장이었던 그 분과 함께 잠시 활동을 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서로 가는 길이 달라서 거의 뵙지 못하였다. 그를 다시 기억하게 만든 것은 몇 년 전 모친상을 당했을 때다. 외국 출장 중 황망한 소식을 듣고 귀국한터라 제대로 연락하지 못했다. 그런데 며칠 후 조전과 경조환이 배달되었다. 야인생활을 하시던 오랜 동안 연락이 없었고, 새로 이사 간 집 주소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을 때였다. 겉봉투를 보고 아내가 물었다. 그 분이냐고.

김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유신헌법은 물론이고, 초원복집 사건이나 노무현 탄핵사건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일부 국민들에게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으로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물론 이념적 지향점에 대한 평가는 별도의 문제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그를 비서실장으로 임명하였다. 무엇이 그를 그 자리에 가도록 하였을까. 김 전 실장을 보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창했다는 '3엄3실(三嚴三實)'을 떠올렸다. '본인 수양, 권력사용, 자기관리'에 엄격해야 하며, '일을 도모하고, 창업하는 자세 그리고 사람 됨됨이가 진실'해야 한다는 세 가지가 그것이다.

김 전 실장이 그 가운데 몇 가지를 갖추고 있는지 잘 모른다. 그러나 인상 깊은 장면을 가끔 경험했다. 평소 의사로 자랑스럽게 여기던 아들이 사경을 헤맬 때도 그는 청와대를 지켰다. 부모로서 왜 눈물이 없겠는가. 몇 분 어른들과 함께 위로를 할 겸 점심시간에 근처에서 기다렸지만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대통령이 해외에 계신 때에 자리를 비울 수 없다는 점을 양해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가 권력을 둘러싼 온갖 억측과 음해에 맞설 때 마다 함께 힘들어 했던 분들이 가족이었을 것이다. 청와대를 떠난 후 갑자기 일본을 다녀오는 뉴스를 보면서 사모님의 건강을 걱정하는 분들도 계셨지만 정작 단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그의 카리스마는 철저한 자기관리와 절제 그리고 책임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박 대통령이 그를 선택한 것도 그런 점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시 주석의 뜻을 빌어 조 실장에게 몇 가지 당부 드리고 싶다. 본인은 물론 일부 공직자나 주변인물들이 특권이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권한을 쓰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주요 시정이 현실에서 출발하여 합리적인 방안을 선택해 추진되도록 정책을 조율해야 한다. 그리고 공직자들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문제점이 발견되면 즉시 일깨워 바로 잡아야 한다.

왕 실장은 왕도 도승지도 아니다. 행동으로 말하는 자리다. 그래서 지금의 그 자리를 더 힘들어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정은 합리적 정책의 집행이 핵심이며, 엄격한 감독이 동반될 때에 생명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조동암 비서실장이다. 부디 인천과 시민들을 위한 새로운 비서실장의 모델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