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국립 해양대기청(NOAA)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는 1880년 근대적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웠던 한해로 기록됐다. 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엘니뇨 현상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악의 슈퍼 엘니뇨 중 하나로 기록된 지난해 12월에는 20세기 평균기온보다 1.11℃나 높아 이례적으로 따뜻하고 비가 자주 내리는 겨울을 보냈다. 그래서 강원도의 주요 수입원인 겨울축제가 줄줄이 취소되고 영상의 기온으로 스키장이 개장하지 못했으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조직위원회는 걱정으로 애간장을 태웠다.
따뜻했던 겨울이 불과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지난 18일부터는 한파가 시작돼 대한(大寒)인 21일에는 한강이 결빙됐고 24일에는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18도를 기록하는 등 매서운 추위가 일주일 이상 이어졌다. 한파가 전국을 꽁꽁 얼게 한 것과 동시에 서해안, 울릉도, 제주에는 폭설이 내려 육상과 해상, 항공 교통에 막대한 피해를 가져왔다. '눈 폭탄에 갇힌 제주', '얼어붙은 한반도' 등의 문구가 연일 신문과 뉴스에 보도되며 폭설과 강풍, 한파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일상에 마비가 왔다.
폭설과 한파로 지구촌 곳곳에서도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동부지역은 엄청난 눈 폭풍으로 항공기 결항, 대중교통 운행 중단 등 도시기능이 마비됐으며 워싱턴과 뉴욕 등 11개 주에서는 비상사태까지 선포됐다. 눈을 뜻하는 '스노우'와 최후종말, 고질라 등의 부정적 단어들을 조합한 '스노마겟돈', '스노우질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력한 괴물 눈 폭풍은 미국 동부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남겼다.
이렇듯 세계 곳곳에 막대한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가져오는 폭설, 한파, 호우, 태풍 등에 따른 기상재해는 날이 갈수록 그 강도와 피해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이상기상 현상은 기후변화에 따른 날씨의 변동성이 커지기 때문에 나타난다. 곳곳에서 나타나는 이상기상 현상으로 우리는 점점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으며 기후변화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후변화 대응 대책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1)에서 전 세계 모든 국가가 기후변화 원인 물질인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해야 하며 지구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대비 2.0℃보다 훨씬 낮은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하기로 합의했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은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나라의 국가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반대로 기후변화에 적절히 잘 대응하는 국가나 기업, 개인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정부, 기업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실천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기후변화에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남재철 수도권기상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