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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려
며칠째 펑펑 내려
산과 들 무릎까지 쌓였다 //
길이 막혀
사방이 하얗게 막혀
너에게로 갈 수가 없구나 //
그곳까지는
얼마나 될까, 마음 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노루 토끼 발 묶인 산속
겨울밤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 요란한데

홍사성(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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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우리는 인생이라는 길 위에 있다. 이 길은 앞서간 자들의 흔적이면서 자신이 가고 있는 자취다. 그러나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길이 있다. 안타깝게도 주위가 가로막힌 길을 서성이는 모습에는 절망감과 절실함이 동시에 배여 든다. 며칠 동안 눈이 내려 무릎까지 차오른 산과 들, 사방에 길이 막혀 건너편에 있는, 사랑하는 이를 찾아갈 수 없는 마음은, 눈같이 하얗게 질려 있을 것이다. "그곳까지는 얼마나 될까" 타들어가는 마음 속 깊이와 떨어져 있는 길의 길이는 비례하지 않겠는가. 이러한 "마음 전하려면/어떻게 해야 할까" 고립된 그리움을 알고 있는, 당신은 마치 "노루 토끼 발 묶인 산속 겨울밤"을 지새운 실핏줄 터진 눈망울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