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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파서(巴西)'라는 나라가 있다면 어딜까. 중국이 브라질을 '巴西'라 쓰고 '빠시'로 읽는다. 그 빠시의 지우마 호세프(Dilma Rousseff) 대통령이 지난 27일 전쟁을 선포했지만 나라가 아니라 모기를 향해 선포했다(巴西向蚊子宣戰)는 게 중국 언론 보도였다. 무상 복지 폭탄으로 한 때 인기 최고였지만 결국 경제를 망쳐 탄핵 위기까지 몰린 그 할머니(69) 대통령 호세프를 일본에선 포르투갈어가 아닌 영어 발음으로 '루세푸'라 부르지만 아무튼 그녀가 모기들에게 전쟁을 선포한 거다. 이른바 지카(Zika) 바이러스를 옮겨 소두증(小頭症) 아이를 출산케 하는 주범인 모기 박멸을 위해서다. 브라질 정부의 통계에 의하면 소두증 의심 출산은 작년 10월의 270명에서 27일 현재 3천448명으로 늘었다. 문제는 정상아 머리 둘레 34~37㎝에 못 미치는 32㎝의 소두증 머리가 충분히 발육치 못한 채 미숙아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다.

문제의 소두증은 이웃 콜롬비아, 베네수엘라는 물론 중미 엘살바도르까지 '임신경계령'을 내렸고 미주 대륙을 넘어 이미 전 세계로 확산됐다. 영국, 이탈리아를 비롯해 독일도 29일 현재 5명의 소두증이 확인됐고 태국, 필리핀 등 아시아까지 번졌다. 그런 확산 추세로 인해 미국 질병대책센터(CDC)는 29일 '완전유행체제'를 선언, 24시간 긴급 대응태세에 들어갔다. 미국의 CDC 가동은 2010년 아이티 콜레라 유행 때와 2014년 에볼라 출혈열 만연 때 이후 처음이다.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과 동갑인 마가렛 챈(Chan→陳:천) 세계보건기구(WHO) 사무국장 할머니도 전 세계에 소두증 경계령을 내렸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리우 올림픽(8월)이 코앞에 닥친 소두증 발원지 브라질이고 토마스 바흐(Bach) IOC 위원장이 28일 WHO와 긴밀히 제휴하겠다고 밝혔지만 글쎄다.

소두증이든 뭐든 전염병은 무섭다. 2만8천600명 감염에 1만3천명이 죽은 에볼라는 종식 선언 후인 지난 23일에도 두 번째 감염자가 발생했다고 WHO가 확인했고 작년 한국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만 해도 얼마나 공포에 떨게 했던가. 지카 바이러스 숙주(宿主)인 이집트숲모기 멸종법만 발견해도 그는 단연 노벨상 감이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