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은 점차 소외되는 현실
스펙 중시 수시전형 과감히 지양
다양한 과목 변별력있게 출제해
수험생들 특정과목 편식하는
현행 입시제도 보완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경기도교육연구원의 '통계로 보는 교육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가구소득에 따라 언어, 수리, 외국어 등 수능 3개 영역의 합산 점수(표준 점수)가 최대 43점이나 차이가 난다고 한다. 부모의 경제력으로 수능성적이 좌우되고, 결국 사회적 신분과 부가 대물림된다는 '금수저와 흙수저' 논란이 대학입시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어 씁쓸한 기분이 든다.
언제부터인가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은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허황된 말이 되어 버렸다. 많은 학부모들은 공교육에 대한 기대를 저버린 지 오래고 능력이 되는 한 사교육에 매달리고 있다. 학생들의 능력은 부모의 소득에 따라 달라지고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들은 점차 교육에서 소외되고 있다. 이러한 교육 불평등으로 인해 세대 간 계층 이동 가능성은 막혀 버려 '수저 계급'의 고착화 방지를 위해서라도 진학과 취업 등에 있어서는 실질적인 기회균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세직·류근관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현 입시제도 하에서는 서울대 입학도 학생의 잠재력보다 부모의 경제력에 달려 있다고 한다. 연구진은 동등한 능력을 가진 학생이라도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서울대 입학 가능성이 80∼90% 차이가 난다고 분석했다. 서울의 경우 구(區)별로 서울대 합격 확률은 큰 차이를 보이는 반면, 학생의 능력을 기준으로 추산한 '가상의 합격확률'은 구별로 격차가 크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우수한 학생을 평가하기 위해 이용하는 수능 성적, 스펙, 출신 고교 생활기록부 등의 간접지표가 부모의 경제력과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다양한 수시입학 전형을 운용하고 있는데, 줄잡아 3천∼4천여 개의 전형이 있다고들 한다. 학교별로 전형 방법도 서로 달라 입시전문가가 아니면 내용을 알지도 못할 정도이다. 한편, 변별력이 크게 떨어지는 수능 시험은 사교육을 많이 받은 학생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인데, 정작 학원 수업은 암기 위주로 시험을 잘 보는 기술만 가르친다는 지적이 많다.
2017학년도 대학 입시에서는 수시모집의 선발비중이 더욱 늘어나 대입 전체모집 인원 35만5천745명 중 70% 가량을 수시로 선발할 예정이다. 즉, 수능 성적 중심으로 선발하는 정시모집은 전체 수험생 중 3분의 1도 안 되는 셈이다. 물론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하는 수시 전형은 얼마든지 환영이다. 그러나 스펙을 중시하고 사교육을 조장하는 수시 전형에 대해서는 재고가 필요하다고 본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열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학부모의 특성상 사교육을 없애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기에 대학 입시제도의 보완을 조심스럽게 논의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그 동안 다양한 대입 제도 개선안이 제시되었기에 그다지 새로운 방안이 마련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학부모와 수험생을 만족시키는 최선책을 마련하기란 매우 힘든 과제이므로 차선책이라도 찾아보았으면 한다. 일례로 지나치게 복잡하고 스펙을 중시하는 수시 전형은 과감히 지양하고, 보다 다양한 과목의 문제를 변별력 있게 출제해 수험생들이 특정 과목만을 편식하는 현행 입시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얼마 전 송년회에서 자녀들의 입시 걱정을 하다 친구들과 자연스레 "우리들이 요즘 같았으면 한 사람도 대학에 못 들어갔을 것 같다"는 얘기를 나눴다. 실제로 우리 세대들 보다 지금 학생들이 입시를 위해 훨씬 많은 노력과 비용을 투여하지만 결과에 만족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지대계로 교육정책은 거시적이고 장기적 안목에서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하는 금수저 논란이 교육 분야에서만은 사라지고 개천에서 용이 나는 세상이 다시 돌아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철수 한신대 미디어영상광고홍보학부 교수